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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vs 소비자 민원 급증…실손보험 '딜레마'


입력 2022.11.29 06:00 수정 2022.11.29 06:00        김재은 기자 (enfj@dailian.co.kr)

1~3분기 분쟁 건수 41.5% 늘어

손해율과 만족도 사이 진퇴양난

ⓒ픽사베이

손해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불거진 분쟁이 1년 새 6000건 넘게 불어나면서 올해 이미 2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업계가 최근 논란이 된 백내장 의료 쇼핑을 잡기 위해 실손의료보험금 지급을 깐깐하게 하자 고객 불만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손보업계 입장에서는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면 분쟁으로 이어지고, 문턱을 낮추면 손해율이 올라가는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29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손보사와 가입자 간의 분쟁 건수는 2만197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5%(6440건) 늘었다. 중복 건은 제외한 수치다.


롯데손해보험은 276건에서 709건으로 156.8% 늘어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현대해상은 4265건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이밖에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에도 3000건 이상의 분쟁이 접수됐다.


백내장 등 실손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분쟁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끼쳤다. 지난 4월부터 백내장 수술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기준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새 기준에 따르면 세극등 현미경 검사를 실시한 결과가 보험업계 심사결과 백내장으로 인정될 경우만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금이 지급된다.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백내장 수술의 과잉진료 때문이다. 질환의 유무와 무관하게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수술을 진행함에 따라 손보사의 실손보험 손해가 극심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참여중인 비급여 누수방지를 위한 실무 태스크포스는 과잉진료 발생가능성이 높은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의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해 갈 예정이다.


보험사는 지속되는 실손보험 적자로 보험금 지급에 대한 제도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실손보험은 2조8602억원 적자를 내며 3년 연속 2조원대를 넘겼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 13곳의 실손보험 평균 위험손해율은 130.9%다. 손해율은 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손해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통상 80%정도면 적당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실손보험금 지급 조건이 엄격해지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시민단체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는 지난 10월 백내장 실손보험금 부지급 소송 참여의사를 밝힌 1000여명과 함께 공동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소연에 따르면 ▲전문의의 백내장 판정에도 의료자문 실시 ▲세극 등 현미경 검사지 등 필요 서류 미제출 ▲포괄수가제에 포함된 입원치료 아닌 통원치료 실시 등으로 인한 보험금 지급 거절에 소비자 불만이 집중됐다. 포괄수가제란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의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미리 책정된 일정액의 진료비를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깐깐한 지급 규정은 손해율을 안정화 시키지만 소비자 분쟁으로 이어지고, 허들을 완화하면 의료 쇼핑으로 인해 손해율이 심해지며 손보사들은 진퇴양난을 겪고있다.


이런 와중 최근 손보업계가 실손보험료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이 보이면서 소비자와 보험사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만족도를 올리기 위해서 보험사들도 많이 노력하고 있으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주체이기 때문에 손해율 개선과 소비자 만족 개선을 정비례로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은 기자 (enf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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