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與 불참 속 본회의서 '해임안' 가결
박홍근 "윤 대통령 해임안 거부해선 안 돼"
국민의힘, '의총·시위' 등으로 강력히 반발
주호영 "방탄국회로 이재명 덮으려는 책략"
야당이 11일 이태원 참사 책임을 묻기 위해 추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가결시켰다. 역대 8번째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통과이자, 윤석열 정부 들어 박진 외교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 국무위원 해임건의안 가결이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해임안 상정에 반대하며 본회의 표결에 불참하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총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반발해 정국급랭이 예상된다.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를 열어 재석 의원 183명 중 찬성 182명, 무효 1명으로 이 장관 해임 건의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이 장관 해임안'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해임건의안을 남발해 헌법상 권한을 희화화하는 짓들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정쟁화를 일삼아 정부·여당 발목을 잡고 대선 불복을 하고, 방탄 국회를 만들어 자기 당 대표의 수사와 비리를 덮어가려는 책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진표 국회의장실 앞 복도에서 '국민기만 거짓민생 방탄국회 중단하라' '해임건의 강행처리 당리당략 규탄한다' '국민심판 외면하는 대선불복 중단하라' '국민참사 정쟁화 민주당은 중단하라' '협치파괴 정쟁유도 민주당은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본회의를 강행했고, 해임안 상정에 앞서 '공휴일 본회의 개의에 관한 건'을 먼저 통과시켰다. 이후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이상민 장관은 재난 및 안전 관리의 총책임자로서 사전 안전관리 대책을 면밀하게 수립하고 집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법률을 위반했다"고 설명했고, 김 의장은 이 장관 해임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정조사 합의를 해놓고 합의 정신을 정면으로 파괴한 사람들이 바로 여러분(민주당)들이다"라며 "민주당은 절대 다수면 원내 일들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절대 다수당으로서 힘 자랑과 근육 자랑을 계속 하고 있는데 여러분들 그러다가 근육 터진다"고 민주당을 겨냥한 비판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이후 집단으로 본회의장을 퇴장해 해임건의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곧바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었다. 그 결과 국민의힘 소속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은 특위에서 전원 사퇴하겠단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 장관 해임안의 진짜 목적이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며 민주당을 겨냥한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장관 해임안에 대해 "당력을 장관 해임건의안에 전력투구하는 것은 대장동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된 이재명 대표의 정치·사법적 위기를 덜어보려는 의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권성동 의원도 "민주당의 자기부정 행보는 이재명 당 대표를 지키기 위함이다. 억지 정쟁이라도 만들어내서 국민의 관심을 분산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 장관 해임안이 진상규명의 첫걸음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거부하지 말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이 장관에게 자진사퇴를, 김진표 국회의장이 윤 대통령에게 자진사퇴로 문제를 해소하자 했음에도 전면 거부함에 따라 부득이 해임건의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사안의 엄중함을 감안했을 때 윤 대통령이 또다시 국회 헌법이 보장한 권한과 책무를 거부하지 못할 것이다. 거부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장관 해임 건의문을 국회로부터 정식으로 전달받으면 앞선 박진 장관의 경우처럼 '수용 불가' 입장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민주당은 9월 말 윤 대통령 영국·미국 순방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박 장관 해임 건의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지만 윤 대통령은 수용을 거부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해임건의안 통과와 관련해 "입장이 없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이번 해임 건의가 이태원 참사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려는 정부의 노력과 배치된다는 윤 대통령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