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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배터리 세일즈’ 효과…삼성SDI 사상 첫 2조 눈앞


입력 2022.12.19 11:30 수정 2022.12.19 13:42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이재용 삼성 회장, BMW CEO 만나 전기차 배터리 협력 논의

BMW 차세대 전기차에 삼성 각형·원통형 배터리 확대 기대감

삼성SDI, 판매 증가 힘입어 경쟁사 제치고 첫 연간 영업익 2조 전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집세(Oliver Zipse) BMW CEO 등 경영진과 만나 삼성SDI의 최첨단 'P5' 배터리셀이 적용된 BMW의 최신 전기차 '뉴 i7' 등을 살펴봤다.ⓒ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BMW 그룹의 올리버 집세 회장과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 만나며 ‘고객 관리’에 나섰다. BMW 그룹은 전기차 부문 배터리 최대 고객사 중 하나다.


전기차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삼성과 BMW는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배터리 뿐 아니라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으로 협력 범위를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BMW 경영진과 돈독한 관계를 다져온 이 회장의 역할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7일 오전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집세(Oliver Zipse) BMW CEO 등 주요 경영진과 만났다.


이 회장과 BMW 경영진은 BMW 전기차에 탑재되는 삼성SDI의 프리미엄 리튬이온 배터리 P5(Gen5)를 포함해 양사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삼성은 BMW의 뉴 i7 10대를 인도받았는데, 계열사 대표의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 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에서도 집세 회장을 만나 배터리에 대한 삼성의 높은 관심을 전달한 데 이어 이번 회동에서도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유럽에서 돌아온 이 회장은 "헝가리 배터리 공장도 갔고 고객사인 BMW도 만났다"면서 "자동차 업계의 급변하는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면서 사업 성과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삼성과 BMW와의 오랜 관계는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양사는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전기차용 배터리 중심의 협력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협력 초기 단계부터 BMW 경영진과 교류하며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등 양사간 전기차 협력 강화를 주도했다. 이 같은 협력은 2013년 출시된 순수전기차 i3을 시작으로 2015년 i8, 2021년 iX, i4 등에 삼성SDI 배터리를 공급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양사 협력은 단순 배터리 공급을 넘어 차세대 소재 등 전기차 기술 공동 개발까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는 2019년 BMW와 자동차배터리 공급을 위한 4조원 규모의 장기 업무 협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전기차 시장 성장으로 공급 규모를 3배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 같은 공생 관계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더욱 긴밀하고도 두터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패권을 위해서는 차세대 기술 선점이 중요한 데, 이중 배터리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P5 배터리가 에너지 밀도를 20% 높이면서도 재료비는 20% 이상 절감한 특성을 인정 받아 BMW 전기차에 낙점된 것처럼, 앞으로 탑재될 전기차에는 보다 긴 주행이 가능하면서 안정성을 확보한 배터리를 적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성능이 개선된 배터리 확보를 위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대규모 투자 여력이 있는 업체와 손 잡기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SDI가 BMW그룹 뿐 아니라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포드, 리비안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증권가는 올 3분기 누적 기준 BMW그룹의 삼성 배터리 조달 비중이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BMW그룹으로서는 젠6,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에서 가장 빠르게 성과를 보이고 있는 삼성SDI와 협업해 전기차 사업을 키우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집세 회장이 짧은 일정을 쪼개 이 회장과 회동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모델들이 9월 '2022 하노버 상용차 박람회' 개막에 앞서 삼성SDI의 PRiMX 배터리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삼성SDI

삼성 입장에서도 전기차 라인업 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BMW그룹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BMW그룹은 2030년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고, 앞으로 10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 배터리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배터리 공급 규모 역시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은 2024년부터 차세대 배터리인 젠6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배터리가 BMW 차세대 전기차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젠6는 에너지밀도가 젠5 보다 10% 이상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원통형 배터리 역시 BMW향 물량이 점쳐진다. 앞서 BMW는 전기화·디지털화 전략 모델인 ‘뉴 클래스(Neue Klasse)’ 제품군에 원통형 배터리셀을 탑재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원통형 배터리 셀은 46파이(Φ, 지름 46mm)에 두 가지 높이로 생산될 예정으로,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양산 계획 시점(2025년)과 맞물린다. 현재 천안 사업장에 46파이 라인을 구축중으로, 삼성SDI는 3분기 보고서를 통해 "각형 및 46파이 차세대 플랫폼 수주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업계는 삼성-BMW의 협업 분야가 단순 배터리 뿐 아니라 전장 부품, 전기차 플랫폼 개발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차세대 모빌리티 전장 사업을 키우려는 이 회장과 전기차 패권을 노리는 BMW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 같은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관련 사업 지분 투자, 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방안 추진이 예상된다.


BMW i7ⓒ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삼성SDI는 이 같은 배터리 판매 증가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에프엔가이드 컨센서스(추정치)는 연간 매출 20조1277억원, 영업이익 1조9372억원이다. 전년과 견줘 48.5%, 81.5%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 추정치(1조5006억원)를 크게 웃돈다. 4분기 판매 증가·환율 효과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SK증권은 "수익성 위주의 전략으로 삼성SDI 배터리 부문 하반기 영업이익률은 10%대를 전망한다"면서 "지속적으로 높은 한 자릿수 이익률을 예상한다"고 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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