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서훈 '서해 피격' 은폐 지시 이유는…檢 "文 비판여론 피하기 위해"


입력 2023.01.10 10:31 수정 2023.01.10 10:38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법무부, 서훈 은폐 지시 배경 담은 공소장 국회 제출

문재인 '남북화해 및 종전선언' 화상연설 3시간 전 해수부 공무원 피살

서훈 은폐 시도에도 '서해 피격' 최초 보도되자…'월북몰이' 결심

서훈 "비서관들 보안 유지 철저"…비서관들 "미친 것 아니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달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검찰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은폐를 지시한 배경에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받을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해서 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당시 유엔총회에서 '남북화해 및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화상 연설을 앞두고 있었다. 문제는 이때가 해수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피살 3시간 후였다는 점이다. 검찰은 이 때문에 북한에 의해 우리 국민이 피살됐는데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촉구할 경우 강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피격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고 판단했다.


10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서 전 실장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소장은 A4용지 117쪽 분량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서 전 실장이 이러한 은폐 시도에도 이 씨의 피격·시신 소각이 최초로 보도되자 비판적 여론을 피하고자 '월북 몰이'를 결심한 것으로 본다.


공소장에 따르면 서 전 실장은 이 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이튿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9시께 열린 비서관 회의에 참석해 "발생한 사건을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비서관들은 보안 유지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일부 비서관들 사이에서는 "이거 미친 것 아니야, 이게 덮을 일이야?"라거나 "국민이 알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해?" 등의 반응이 나타났다고 한다.


검찰 ⓒ데일리안 DB

검찰은 또 서 전 실장이 '이 씨의 사망이 알려질 경우 2008년 7월 북한 금강산 해수욕장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한 박왕자씨 사건처럼 남북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국가정보원 보고를 받은 것으로도 파악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이 보고를 받은 뒤 이씨 사건과 박씨 사건을 차별화하려고 한 것으로 본다.


공소장에는 이와 함께 "일부 언론 등에서 금번 사건을 ‘제2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이라는 기조로 보도하나,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은 우리 국민이 합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금번 사건의 경우 합법적 절차 진행 간 발생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 즉 자진 월북한 것으로 보이는 점이 있다"고 말한 서 전 실장의 발언도 담겼다.


서 전 실장은 또 이대준 씨가 2020년 9월 22일 밤 북한군에 피살되고 난 뒤 정부의 부실 대응 논란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국방부와 해경 등 관계 기관에 관련 사실 은폐를 지시했다. 하지만 다음 날 이 씨의 피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서 전 실장은 하루 뒤인 9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씨가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리고 당시 해경청장에게 자진 월북 취지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라고 했다고 한다.


검찰은 또 서 전 실장이 2020년 9월 23일 오후 해경으로부터 '이대준씨 실종 및 수색 계속 중'이란 취지의 보도자료 초안을 보고받은 후 이 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 여기에 '가이드 라인'도 직접 만들어 줬다고 본다.


해경의 보도자료에 'CCTV 사각지대에서 신발이 발견', '목포에서 가족 간 문제로 혼자 생활 중' 등의 내용을 직접 가필한 것이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이런 허위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라고 김홍희 전 해경청장에게 지시했고, 김 전 청장도 이를 해경 실무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본다.


검찰은 당시 발표가 이대준 씨를 구조하기 위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아 국민적 비난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리 정한 '월북'이라는 결론에 맞춰 졸속으로 진행된 허위 내용이라고 공소장에 적었다.


이 사건으로 서 전 실장은 지난달 9일 구속 기소됐다. 김 전 해경청장은 같은 날 불구속 기소됐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서욱 전 국방부장관도 지난달 29일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박찬제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