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보편적 가치 실현으로
자유민주적 평화통일 기반
구축하도록 비전·방향 제시"
윤석열 정부가 통일과 관련한 중장기 구상인 '신(新)통일미래구상'을 마련키로 했다. 비핵화에 초점을 맞춘 '담대한 구상'과 별개로, 대내외 변수를 두루 고려해 통일 기반을 다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분단 장기화 속에 민족 동질성이 옅어지고 통일 구심점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들의 강력한 통일의지를 결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일 미래의 청사진과 추진전략을 재정립하겠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미중 전략경쟁 등으로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고, 북핵 등으로 남북관계 상황도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들을 세심하게 반영해 중장기 통일외교안보전략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곧 출범하게 될 통일미래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민과 함께 신통일미래구상을 수립하고 통일 미래의 비전과 추진전략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시기 보수·진보 정부의 대북전략들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냉철하게 평가해 초당적 협력의 토대 위에서 미래 통일외교안보의 대계를 마련하겠다"고 부연했다.
남북은 그간 한민족이라는 특성을 바탕으로 '특수관계'라는 개념하에 접촉면을 넓혀왔지만, 대내외 여건상 관련 접근법은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일례로 임기 내 대북성과에 올인했던 문재인 정부의 대다수 대북사업이 유엔 제재 등의 영향으로 첫발조차 내딛지 못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북한이 대남 핵공격 의지를 거듭 피력하는 가운데 군사도발과 신무기 개발을 이어가는 흐름은 민족 동질성을 산산조각내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새로운 통일미래구상은 기존 '민족 공동체' 관점에서 '국제 시민사회 공동체' 관점 등으로 확대 재편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같은 맥락에서 통일부는 "자유, 인권, 소통, 개방 등 보편적 가치 실현을 통해 자유민주적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민족 특수성에서 함몰되지 않고 국제사회 보편성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고 만큼 이를 고려한 중장기 구상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022 통일의식조사'에서 "최근 몇 년 사이 20대와 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각계 권위 있는 전문가 10여명으로 꾸려진 통일미래기획위원회(미래위)를 통해 새로운 통일미래구상을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통일미래구상과 관련해 "어느 한 분야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 지성들이 모이셔야 할 것 같다"며 "국민 의견도 당연히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위 산하에 "분야별로 적극적으로 일할 주니어 박사들이 참여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청년세대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창구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통일부는 정책 개발을 보좌하기 위해 미래위 산하에 △정치·군사 △경제 △인도·인권 △국제협력 등 4개 분야별 전략그룹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시기는 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올해는 정전 70주년이자 한미동맹 70주년으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해이기도 하다. 완성되는 정도를 봐야겠지만 적절한 시기에 (신통일미래구상)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