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SK온 때리던 포드,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공장 설립
“공장 생산 중단하며 SK온 탓”…업계 내 상당히 이례적인 일
배터리 업계 “SK온, 포드와 알려진 것보다 사이 크게 벌어져”
공고한 파트너십을 자랑했던 SK온과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관계에 또 다시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연일 SK온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던 포드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을 공식화하면서 양사 파트너십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튀르키예 최대 기업 코치(Koç Holding)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설립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포드가 SK온과 추진했다 이달 초 철회한 프로젝트다.
지난해 3월 포드와 SK온은 튀르키예 합작법인 설립 추진 MOU를 맺었으나 3사의 상호 동의 하에 MOU를 공식 종료했다. 당시 수율 문제와 경기침체 등이 이유로 거론됐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 추진을 통해 유럽 시장 내 우리의 시장 리더십이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포드 역시 품질 및 생산능력이 검증된 우리 파트너십 관계를 더욱 확대하고, 전동화 전환 계획의 필수 요소인 ‘배터리 공급 안정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둘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는데, 중국 CATL과 손을 잡으면서 양사 파트너십이 삐걱거린단 소식이 흘러나왔다.
포드는 미국 미시간주 마샬(Marshal)에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 설립을 위해 35억달러(약 4조5000억원) 투자금 전액을 부담하고 CATL은 개발·생산 노하우를 보탤 것이라고 지난 13일(현지시간) 밝혔다.
바로 다음날 포드는 SK온에 대한 감정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핵심 차종인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하면서 “사전 검사에서 잠재적인 배터리 품질 문제가 나타나 조사기간 생산을 보류한다”며 책임을 전적으로 SK온에 돌린 것이다.
“몇 주가 걸릴 수 있다”며 간접적으로 SK온 배터리의 문제라고 생각할 법한 성명문을 냈으나, 15일 만에 공장이 재가동되면서 SK온은 품질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SK온 관계자는 “원천적인 기술 문제가 아닌, 설비·제조 운영상 문제로 이미 원인 규명을 완료하고 재발 방지 대책까지 수립해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양사 갈등이 일단락되나 싶었으나, 포드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력도 공식화하면서 상황은 또 달라졌다. 결국 포드가 불만 삼았던 것이 ‘한국산 배터리’가 아니었단 얘기다.
발표 시점 또한 최근 결정됐단 점을 보아 이번 발표 역시 SK온을 의식했단 생각을 들게 한단 것이 업계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완성차 업체가 ‘갑’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식의 행보를 보이는 건 업계 내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되면 같은 파트너이니 서로 조율도 하는데 공장 생산 중단 때부터 SK온이 문제가 있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하는 것이 놀라운 상황이기는 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포드와 SK온의 관계가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크게 벌어졌다는 소리가 들린다.
주요 사유로는 수율 문제와 배터리 품질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짐 팔리 포드 CEO가 지난해 방한했을 당시 SK온의 수율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직접적인 지적을 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초반부터 출발을 같이했던 기업을 이렇게 비판하고, 경쟁사로 바로 갈아탄다는 건 내부적으로 불만이 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가격 문제는 전혀 아닐테고, 배터리 품질이나 수율 문제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에 만족하지 못하니 이런 식의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 말고는 포드가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