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주세법 개정 추진
고물가 상황 주류값 인상 억제
정부가 4년 만에 주세법을 다시 손보기로 했다. 현재 맥주와 막걸리(탁주)에 부과하는 세금을 물가와 연동하는데, 최근 고물가로 주류 가격 인상 조짐이 보이자 세율 산정 방식을 바꾸려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금을 해마다 물가와 연동하다 보니 다른 가격 인상 요인이 없더라도 세금이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물가연동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인해 5원 안팎 인상 요인이 생겼을 때 시중에선 세금을 빌미로 몇백원씩 가격을 올리는 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세금이 소비자 가격 편승 인상의 기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 발언 이후 기획재정부는 주세와 물가연동을 폐지하는 주세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물가연동 방식 주세는 지난 2020년에 개정했다. 이전에는 제조원가에 일정 세율로 매기는 종가세였다. 당시 수입 맥주보다 오히려 높은 세금을 내면서 경쟁에서 밀린다는 국내 주류 업계의 요청을 받아 물가연동형으로 바꿨다.
주세법 개정 당시 주세를 전년도 물가와 연동하되 전년도 물가상승률의 70~130% 범위에서 정부가 재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최근 물가가 크게 치솟으면서 세율도 같이 올랐다. 2020년 법 개정 당시 0.5% 수준이던 물가가 지난해 5.1%까지 치솟으면서 세금도 많이 늘게 됐다.
최근 주류 업계에서 세금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빌미로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주세법 개정은 종량세 방식을 유지하는 방향에서 ℓ당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류가격이 주세를 기반으로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 (가격 인상) 소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되기 때문에 물가 안정 차원에서는 맞지 않는다”며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거쳐 세금 수준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