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선거, 소선거구 vs 중대선거구 의견 양립
비례대표제는 '의원정수' 확대 여부가 쟁점될 듯
與,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병립형 비례 선호
민주당은 '권역별·연동형' 통한 50석 증원 원해
여야가 선거제도 개편에 나서기로 합의하면서 1년여 앞으로 다가온 2024년 총선이 어떻게 변할지 여부가 정치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논의를 위해 19년 만에 처음으로 전원위원회라는 카드까지 꺼내든 만큼 각 의원들의 유불리에 따라 대규모 격론이 발생할 수도 있단 전망도 나온다. 특히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의 확대가 이번 선거제 개편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만큼, 이와 관련한 의견 충돌이 등장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오는 23일 본회의를 열고 선거제 개편안 논의를 위한 전원위 구성에 나선다. 이날 전원위 구성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오는 여야 의원 299명은 27일부터 2주간 5~6차례 전원위를 개최해, 다음 달 28일 본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게 된다.
선거제 개편을 안건으로 열리게 되는 난상토론 방식의 전원위에 최종 올라가게 될 선거제 개편안은 3가지다. 앞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지난 17일 정치관계법개선소위를 열고 ▲소선거구제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와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등 3가지 안을 전원위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다양한 방식의 선거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던 여야는 김진표 국회의장실 산하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가 제안한 세 가지 선거제 개편안인 ▲지역구 소선거구제+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지역구 소선거구+권역별 준연동형 비례제 ▲지역구 복합선거구+권역별 개방형 명부 비례제 등에서 약간의 수정을 거쳐 3가지 안을 확정했다.
정개특위와 국회의장 두 안 모두 현행 선거제와 가장 큰 차이점은 의원정수의 확대다. 여야가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이는 지점 역시 의원정수 확대와도 연관이 있다. 선거제를 어떻게 개편하느냐에 따라 의원정수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필연적인 정수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서다.
현행 선거제 상 지역구는 소선거구제 방식으로 253명,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47명 총 300명을 뽑는다. 하지만 정개특위의 1안은 지역구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의원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비례대표제는 현행 준연동형에서 권역별·병립형으로 변경하는 방안이다.
21대 총선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는 대신에 비례대표 의원 수를 현행 47명에서 97명으로 50명 늘려 다양성을 확보하자는 주장이 반영된 안이다. 또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눈 뒤 권역별 의석수를 정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방식인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정당 득표율대로 비례대표 의석수를 나누는 병립형도 해당 안에 포함돼 있다.
2안은 현행 소선거구제와 준연동형을 유지하면서 1안과 같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하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50석 늘리는 방식이다. 준연동형은 지역구에서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을 채우지 못하면 비례대표에서 그만큼 의석수를 배분해주는 연동형에서 득표율 반영 비율을 낮춘 방식이다.
3안은 의원 정수는 현행 300명을 유지하지만, 지역구 선거제를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지역은 중대선거구제를, 농어촌 지역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방식의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로 교체하고, 비례대표는 1안과 같이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에선 3안인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선호하는 의견이 많은 상황이다. 신년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발언하면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또 국민의힘은 무엇보다도 연동형·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자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사상 초유의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서다. 아울러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데 국민들의 반발이 거센 만큼 의원 정수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제도가 복잡한 권역별 비례제보다는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고 비례 의석수를 줄여서 지역구 중심의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비례 의석수를 늘리면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만 심화한다. 국민들을 외면하고 의원 정수를 늘리면 정치불신만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17일 선거제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의원총회가 끝난 이후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선호 의견이 좀 많았다. 연동형이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성정당의 출현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채택해서는 안 된다"며 "그러면 결국 병립형 형태인데, 병립형 중에서도 전국 단위로 하느냐 권역별 단위로 하느냐에 대한 선호가 대충 높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거나 대선거구제로 전환하자고 밝혀왔다. 특히 지난 16일 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소선거구제 유지, 권역별·연동형 비례제 선호도가 70%에 달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개특위 소속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의 다수안은 소선거구제에다 준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는 것"이라며 “(의석수를) 지역구 220석, 비례 110석으로 하고, 이 가운데 비례대표는 6개 권역으로 나눠서 권역별 대표제를 도입하면 소수 정당도 원내 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석의 다양성을 강조해온 정의당은 비례성 강화를 위해 의원정수의 확대는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정의당은 비례성 강화가 최우선 과제"라며 "이를 위해 의원 정수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대해야 한다. 의원 수가 많으면 권력을 나눠야 하기 때문에 특권이 적어진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결국 이번 선거제 개편 논의는 위성정당 문제를 야기한 제도를 일부 수정하거나 3안의 도농복합선거구제(도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 농어촌은 현행 소선거구제 적용)를 채택하는 안이 주로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례대표를 확대해 의원 수를 늘리는 방법은 국민의 공감대를 사기가 어렵고,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법에 대해서는 현역 의원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비례대표 수를 늘리자는 제도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도 어렵고 각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지역구를 건드리자는 얘기도 선거구 확정할 때마다 어지러운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쉽지 않아 보이는 만큼 결국 변화폭이 크진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