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로봇 시장, 연평균 20% 성장세…주요 기업들 속속 진출
로봇 회사 지분 투자 및 인수 뿐 아니라 자체 연구소로 핵심 역량 확보
"美·日·유럽 등과 경쟁하려면 부품부터 소프트웨어 아우르는 기술력 필요"
2030년까지 연평균 20%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로봇 산업을 정조준해 국내 기업들이 잰걸음을 내고 있다. 삼성·현대차·LG 등은 로봇 회사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자체 로봇 연구소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핵심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은 일찌감치 로봇을 차세대 핵심 분야로 정하고 부품부터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중이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 한국이 시장을 리드하려면 기업 뿐 아니라 정부차원의 연구개발(R&D)·투자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성장동력으로 로봇을 강조해왔던 삼성은 연내 서비스용 로봇를 출시할 예정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은 지난 21일 신제품 론칭 미디어데이에서 "로봇 사업팀에서 EX1을 출시할 것"이라며 "삼성 리서치에서는 많은 엔지니어들이 모여 로봇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EX1은 주행 보조 성격의 로봇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EX1을 시장에 내놓는 것을 계기로 돌봄 로봇 등 다양한 성격의 판매용 로봇 라인업을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투자로 업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제조기업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와 로봇 핵심 부품 내재화 기술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봇은 크게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제조 로봇)으로 나뉘며 협동로봇은 제조 로봇에 속한다. 협동로봇은 전통 산업용 로봇과 달리 설치·시운전이 간편해 공정 변경이 용이하며 소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서비스 로봇에는 의료 로봇, 물류 로봇, 소셜 로봇, 안내 로봇, 청소 로봇, 군사 로봇, 자율주행 로봇 등 각 분야의 업무와 용도에 맞는 역할을 담당한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 뿐 아니라 인구 고령화, 삶의 질 향상 등에 대한 니즈가 늘어나면서 로봇산업은 2020년 250억 달러(약 32조원)에서 2030년 1600억 달러(약 206조원) 규모로 연평균 20%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I(인공지능), 자율주행, 클라우드 기술 고도화에 따라 성장 속도는 이 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
차세대 성장 동력인 로봇 산업의 시장성을 일찌감치 포착한 주요국들은 적극적으로 기술 투자,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5개년 로봇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8대 전략적 신흥산업 중 하나로 로봇산업을 지정했다. 핵심 기술에서 글로벌 선도국 수준에 도달한다는 목표다. EU도 로봇을 차세대 핵심 전략산업으로 선정하고 인력양성, 플랫폼 표준화 등을 추진중이다.
국내 기업 역시 이 같은 산업 성장세에 발맞춰 관련 기술 개발 및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5대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로봇을 선정하고 2025년까지 로보틱스 분야에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일환으로 미국 로봇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80%)를 2020년 약 1조원에 인수했으며 지난해 8월에는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에 로봇 AI 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는 로봇 AI 플랫폼을 판매하는 자체 수익화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중장기 목표로 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같은 해 12월 전동화, 자율주행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배송 서비스 로봇을 개발하고 시범 서비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PnD 모듈에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이 서비스 로봇은 최적화된 경로를 스스로 찾아 물건을 배송한다.
LG전자도 로봇을 미래사업의 한 축으로 삼고 사업부를 확대해오고 있다. 2018년 로봇 관련 부서를 '로봇사업센터'로 통합한 뒤, 비즈니스솔루션(BS) 사업본부로 2020년 이관했다. BS사업본부의 B2B 영업 인프라와 역량을 활용하기 위한 차원이다.
지난해 말에는 로봇사업담당 산하 해외영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해외 사업 확대도 집중하고 있다.
로봇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2017년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SG로보틱스를 시작으로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Acryl),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티즈(Robotis), 미 로봇개발업체 보사노바로보틱스(BossaNova Robotics) 등에 지분을 투자했다. 지난 2018년에는 국내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로보스타(Robostar)를 인수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지난해 5월 일본 식당 프랜차이즈와 미국 식당, 마트 등에 클로이 서브봇을 공급하며 해외 서비스 로봇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일본 최대 쇼핑몰인 이온몰(AEON Mall) 나리타 지점과 토키점에 클로이 가이드봇을 연이어 공급했고, 일본 가라츠시 내 병원에서는 비대면 방역 로봇인 클로이 UV-C봇을 운영하고 있다.
두산은 2015년 협동로봇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두산로보틱스를 설립했다. 2017년 4개 모델 양산에 성공했으며 현재는 10개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국내 협동로봇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두산에서 만드는 협동로봇은 M, A, H 시리즈 등이 있으며 가장 큰 모델의 경우, 최대 25kg까지 들어올릴 수 있다. 작업 반경은 최대 1.7m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로보틱스는 향후 제조업 생산현장 뿐 아니라 물류, 서비스, 의료용 등 협동로봇 적용 가능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산업으로 성장중인 로봇에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 뿐 아니라 정부도 적극적으로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국은 로봇산업 글로벌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제조로봇, 서비스로봇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 사업화, 창업지원, 인력육성 등의 부문에서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경제연구소는 "세계적으로 다수 기업들이 M&A를 통해 기술력 제고,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우리 기업은 자체 기술개발 중심이어서 기술개발 속도가 뒤처질 수 있다"면서 "기술력 제고를 위해 R&D 뿐만 아니라 M&A 지원, AI·5G 등 기술기업과의 협력, 인력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