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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새 제철소인줄”…포스코, 140만명 땀방울이 만든 기적


입력 2023.03.27 10:00 수정 2023.03.27 10:38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135일’의 기적…‘제철소 핵심’ 2열연공장까지 모두 완전 정상화

이마트 재오픈 등 포항제철소 인도 다시 일상 되찾아

‘모델하우스’ 된 2열연공장, 페인트 냄새 풀풀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 출선장면 ⓒ포스코

지난 23일에 방문한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그 어느 날보다 화사했다. 지난해 냉천 범람으로 침수된 포항제철소 모습을 보기 위해 직접 방문한 지 네 달 정도 됐던 이날 끔찍했던 지난 가을의 모습은 모두 씻겨 내려간 지 오래였다. 작년만 해도 쓰러져 맥을 못 췄던 나무들은 봄을 맞이해 초록색과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어 제철소의 평화가 더욱 와닿았다.


제철소 근방도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당시 태풍 힌남노 여파로 폐업했던 인근 이마트 포항점은 다시 정상영업을 하고,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135일 만에 제철소 완전 정상화를 이룬 포스코. 경북 포항 포스코 본사 1층 갤러리에서는 헌신한 직원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아픔을 잊고 미래를 잇다’를 주제로 한 사진전도 열리고 있었다. 오는 31일까지 전시된다고 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본사 1층에서 태풍 힌남노 피해 당시 공장 정상화를 위해 135일간 헌신한 직원들의 복구 상황을 기록한 '아픔을 잊고 미래를 잇다' 사진전을 지난 1일 개최했다. ⓒ데일리안 오수진 기자

타임라인 순으로 기록된 전시전을 찬찬히 둘러보니 당시 현장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제철소 완전 정상화를 이뤄내기 위해 많은 이들이 흘린 땀방울과 눈물이 체감됐다.


포항제철소 상황을 소개하던 명장들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분위기도 차분하고 밝아져 있었다. 당시 침울하고 어두웠던 그때의 분위기와 극명하게 대비돼 이들의 기쁨이 공기를 통해서도 전해졌다.


한 명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때 당시의 침수 상황과 현재 상황을 브리핑하며 울컥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불가능에 가까웠던 2열연공장 정상화를 주도한 이현철 파트장은 “오늘로써 2열연공장이 복구된 지 99일이 됐는데 이제 (공장이) 잘 돌아가고 있다. 첫 번째 압연이 정상화가 된 날은 하루종일 울었다”며 또다시 눈물을 훔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실제 포항제철소는 완전 정상화에 성공했다. 전세계에서 단일 제철소 중 유일하게 열연, 냉연, 후판, 선재, 전기강판, 스테인리스(STS) 등 철강 전 제품을 생산하는 포항제철소는 현재 어느 라인 빠질 것 없이 모두 이전처럼 제품을 차질 없이 생산하고 있다. 계획한 생산량을 초과해 달성했으며, 품질은 침수 전 83%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전체 복구 현장을 진두지휘한 공정품질담당 천시열 부소장은 “목표했던 것보다 상회한 수준으로 제품 생산이 잘 되고 있다”며 “품질부적합률이 침수 전 100이었다면, 지난 2월 말 기준 탄소강 81, STS는 102 정도 나오는 등 품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냉천범람 이후 복구 생산된 제품이 나가서 들어온 클레임 규모는 딱 40kg”라며 “보통 몇 t, 몇십 t 이런 단위로 고객사로부터 클레임이 들어오는데 40kg 정도만 들어왔기에 굉장히 안정적 돌아가고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본사 1층에서 태풍 힌남노 피해 당시 공장 정상화를 위해 135일간 헌신한 직원들의 복구 상황을 기록한 '아픔을 잊고 미래를 잇다' 사진전에 전시된 현장 사진. ⓒ데일리안 오수진 기자

무엇보다 목표했던 시점에 정상화를 이뤄낸 것과 함께 인명피해 하나 발생하지 않았단 점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겼다.


천 부소장은 “지난해 11월 23일 기자분들께 복구 과정을 말씀드린 게 기억난다”며 “핵심공장 2열연공장이 정말 복구될 수 있을지 외부에서 근심도 많고 그랬는데 계힉대로 잘 준공돼 좋은 결과 보여줄 수 있었다”며 “중대재해 사고 없이 그 엄청난 피해를 복구했단 것이 불행한 상황 속에서 자랑스럽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상화는 135일 만에 이뤄졌고 이 기간 동안 140만 명이 투입됐다. 하루 1만 여명꼴로 직영 직원을 비롯한 그룹사, 협력사, 시공사 직원들이 밤낮을 잊은 채 정상화 복구 작업에만 열중한 결과다.


어느 공장 하나 정상화 작업이 순탄치만은 않았겠지만 가장 핵심은 제2열연공장이었다. 사실 지난해 11월 이곳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2열연공장 재가동 시점은 비관적으로 느껴졌었다. 목표했던 시점에 가동을 할 수 있을지 포스코 조차 확신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본사 1층에서 태풍 힌남노 피해 당시 공장 정상화를 위해 135일간 헌신한 직원들의 복구 상황을 기록한 '아픔을 잊고 미래를 잇다' 사진전에 전시된 현장 사진. ⓒ데일리안 오수진 기자

담력체험 해도 무방할 폐가와 같았던 2열연공장은 지금은 ‘모델하우스’가 됐다. 내부는 기계 소리와 뜨거운 연기가 가득 차 있었고, 회색빛 레일은 붉은색 슬러브로 물들여져 있었다.


서민교 2열연공장 공장장은 “오늘이 2열연공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지 99일째, 100일가까운 시간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상당히 기쁘다”며 “(성인 남성 가슴 정도의 높이까지) 침수가 됐는데 특히 포항제철소의 중추를 담당하는 공장이었기에 더욱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전 곳곳에 보였던 직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본래 기계는 컨트롤타워에서 조작되기 때문에 공장 안은 텅텅 비어 있으나, 지난해의 경우 복구작업으로 인력들이 배치됐다고 한다.


2열연공장에서도 무엇보다 이전 모습과의 대비가 확 느껴진 곳은 바로 유실(油室)이다. 임시 전기로 불을 켜도 깜깜해 보이지도 않던 계단실과 더러워 만지기도 싫었던 핸드 레일, 물 때로 쾌쾌했던 냄새와 공기, 남아있는 물들로 미끄러웠던 바닥은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환했던 모습을 되찾은 유실은 새집과 같이 페인트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서민교 공장장은 “설비를 가동하고 윤활 작업을 제어할 때 전기와 기름이 필요해 유실에는 46개 탱크가 있다”며 “기름 등으로 얽혀있는 모터, 펌프, 각종 배관 들이 많은 곳인 이 곳이 침수돼 특히 이 곳을 복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산학연 인프라 기반 벤처 인큐베이팅 센터 체인지업그라운드 건물 내부 모습 ⓒ데일리안 오수진 기자

‘완전정상화’라는 새 역사를 쓴 포스코는 이제 미래를 향해 달려나간다.


포스코는 아시아 철강사 중 최초로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선언하면서, 고로 등 기존 생산방식을 수소환원제철 생산체제로 단계적으로 전환해 나갈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현재 ‘하이렉스(HyREX)’ 기반 수소환원제철 상용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의 스마트 핵심 기술을 적극 도입해 철강 생산 일관 공정에 일대 변혁을 일으키도 있다. 초기에는 단일 공장 수준으로 개발되던 스마트팩토리가 이제는 생산계획부터 출하까지 전 공정을 관통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최대 벤처요람인 체인지업그라운드 지원을 통해 국내 전(全)주기 선순환 벤처플랫폼 구축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는 서울, 포항, 광양에서 운영하고 있는 산학연 인프라 기반 벤처 인큐베이팅 센터다.


또한 포항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체험형 조형물인 스페이스 워크를 기부해 지역 명소화에 힘을 쏟는 등 국가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복구 활동을 통해 임직원 모두의 일치된 열정과 위기극복DNA를 되새기고,향후 하이렉스 기술이 글로벌 철강업계의 탄소중립을 주도하는핵심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술 역량을 집중겠다”며“더욱 굳건해진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기업시민의 긍정적 가치 경험으로 확장 시키며 지속가능한100년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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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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