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 野 강행 통과
윤재옥 "野, 입법 폭주…尹 거부권 요청할 것"
박홍근 "국회법 따른 것…국민명령 수행과정"
與, '규탄대회' 열고 반발…"이재명 방탄목적"
단일대오로 무장한 야권이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적 우위를 앞세워 쌍특검 패스트트랙 지정안, 간호법·의료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방송3법 개정안 역시 여당의 반대에도 본회의에 부의됐다. 정치권에선 '입법강행→거부권 행사→갈등 증폭'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면서 향후 정국이 더 불투명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는 27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대장동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의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동의의건을 재석 183명 중 찬성 183명으로 통과시켰다. 또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 특검법안'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건은 재석 183명 중 찬성 182명, 반대 1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쌍특검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표결에 앞서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쌍특검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최장 180일)와 본회의 심사(최장 60일)을 거쳐 올해 12월에는 표결에 부쳐질 수 있다. 앞서 정의당과 쌍특검 처리 방식과 특검시 수사 대상·범위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던 민주당은 논의 끝에 쌍특검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속도를 냈다.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은 반대 토론을 통해 민주당이 쌍특검으로 이재명 대표 등의 사법리스크 국면을 타개하려 한다며 즉각 반발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쌍특검법은 야권발 정치 야합의 산물로, 이재명·송영길 전·현직 민주당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으려는 민주당, 노란봉투법이라는 불법파업조장법을 처리하길 원하는 정의당이 입법 거래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영덕 민주당 의원은 "두 특검법은 대통령 배우자와 전직 검사이자 청와대 민정수석, 국회의원까지 요직을 두루 거친 정부·여당의 핵심 인물이 포함된 일련의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차례 여론조사에서 확인했듯 국민은 특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장 퇴장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목적으로 정략적으로 입법 폭주하고 있다"며 "국민들한테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쌍특검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이 가결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이날 쌍특검 표결에 참여를 하지 않아서 입법폭주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우리는 오늘 부득이 여야 합의해서 만든 국회법 절차에 따라 신속처리안건을 지정한 것"이라며 "입법폭주가 아니라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는 과정이고 이에 응답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여전히 방탄과 보호 감싸기에 일관하는 집권여당의 국민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여당이 반대 의견을 냈던 의료법 개정안도 재석 177명 중 찬성 154명, 반대 1명, 기권 22명으로 야당의 일방통행으로 가결 처리됐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살인·성범죄 등 중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면허를 최대 5년간 제한하도록 했다.
역시 쟁점으로 떠올랐던 간호법 제정안 역시 재석 181명 중 찬성 179명, 기권 2명으로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전문간호사·간호조무사의 업무를 명확히 하고, 간호사 등의 근무환경·처우 개선에 대한 국가의 책무 등을 규정한 법이다.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의 본회의 부의의 건도 재석 177명 중 찬성 174명, 반대 1명, 기권 1명, 무효 1명으로 야당이 밀어붙였다.
방송3법은 현재 11명(KBS)과 9명(MBC)인 공영방송 이사 수를 21명씩으로 늘리고, 이사 추천 주체를 시민단체·직능단체 등으로 다양한 집단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현행법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사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한다. 부의는 본회의에서 안건을 심의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의미로, 부의된 법안을 상정하려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대표와 합의해야 한다.
이외에 여야는 전세 사기 피해와 관련된 ▲지방세기본법 개정안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연금개혁 특별위원회 활동기간 6개월 연장의 건은 합의해 의결 처리했다.
이같은 결과는 극심한 정쟁 유발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를 '의회 폭거'로 규정하고 격렬히 반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이 오늘 자행한 입법 폭거에 민생현안이 있는가. 민주당이 강행한 법안들이 우리 국민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는가. 아니면 서민들의 고달픔을 해소해주는가"라며 "오로지 자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돈 봉투 쩐당대회 리스크 해소를 위한 목적일 뿐이고, 정쟁을 키워 여론의 관심을 돌리고 국민적 지탄을 피하기 위한 정치공학적인 꼼수"라고 지적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건의를 예고하기도 했다. 앞서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과 의료법에도 재의요구권을 사용할 예정이기에, 여야 대치 정국은 더 번질 예정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간호법 등 쟁점법안을 처리하고 쌍특검을 패스트트랙에 태우기로 공언했다. 국민을 갈라치고 정치적 부담을 주겠다는 의도"라며 "(간호법을) 끝내 강행처리한다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