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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vs 감사원 '정면충돌'…법리 공방 3대 쟁점은


입력 2023.06.03 00:04 수정 2023.06.03 00:05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국회의 국조 대상, 수사기관의 수사

대상인 점엔 이견 존재치 않지만…

대통령 소속 감사원 감사 대상인가

헌법 체계와 법률 해석 논쟁 '치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지난해 정기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 간부들의 자녀 특혜채용 비리 의혹과 관련, 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놓고 두 기관 간의 법리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의혹이 입법부인 국회의 국정조사 대상이자 준사법기구인 수사기관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중앙선관위도 이견이 없다. 다만 감사원은 독립된 헌법기관이라기보다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소속 하의 기관이라는 점에서 선관위가 감사 대상에 포함되는지 법리 논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전선(戰線)이 형성된 지점은 △국가공무원법 제17조의 해석 △헌법 체계와 제97조 및 감사원법 제24조의 해석 △헌법적 관행의 존부 등 크게 봐서 세 지점이다.


국가공무원법 '국회·법원·헌재·선관위
인사 감사는 사무총장이 각각 실시'
선관위 "감사원 대상 아니라는 의미"
감사원 "혁신처 대상만 아니란 의미"


중앙선관위는 2일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 겸 대법관의 주재 아래 전원위원회의를 연 뒤, "국가공무원법 제17조 2항에 따라 선관위는 감사원의 인사 감사 대상이 아니므로 감사원의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위원들 모두의 의견"이라고 발표했다.


국가공무원법 제17조 2항은 '국회·법원·헌법재판소 및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의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의 명을 받아 국회사무총장·법원행정처장·헌법재판소사무처장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무총장이 각각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행정부에 속한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받는 게 아니라, 다른 독립 헌법기관인 국회·법원·헌재와 같이 수장의 명에 의해 사무총장이 자체적으로 감사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이 (국가공무원법 제17조 2항의) 규정은 행정부에 의한 자체적인 인사 감사의 대상에서 선관위가 제외된다는 의미"라며 "선관위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배제하는 규정이 결코 아니다"고 반박했다.


선관위는 국회·법원·헌재처럼 헌법에
독립된 章…감사원은 정부章에 속해
선관위 "국회·법원·헌재처럼 제외"
감사원 "국회·법원·헌재만 제외"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또, 중앙선관위는 이날 "헌법 제97조의 행정기관이 아닌 선거관리위원회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우리 헌법은 제1장에서 총강, 제2장에서 국민의 기본권에 관해 규정한 뒤, 제3장부터 헌법기관을 열거하고 있다. 제3장에서 국민의 대의기관이자 입법부인 국회가 첫머리에 나온 뒤, 제4장 정부, 제5장 법원, 제6장 헌법재판소, 제7장 선거관리위원회를 규정하고 있다. 이들이 헌법기관이며, 감사원은 제4장 정부 제2절 행정부 밑에 제1관 국무총리, 제2관 국무회의, 제3관 행정각부 다음인 제4관에서 등장한다.


제4관 감사원의 첫 조문인 헌법 제97조는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감사원의 감찰 범위는 말그대로 제4장 정부의 영역인 행정기관에만 미치며, 제3장 국회·제5장 법원·제6장 헌재·제7장 선관위 등 별도의 장(章)으로 규정된 독립 헌법기관에는 미치지 않는다는 게 중앙선관위의 해석이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감사원법 제24조 3항의 '(직무감찰의 범위에 있는) 공무원에는 국회ㆍ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는 규정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독립 헌법기관을 예시한 '예시규정'이며, 헌법에 독립된 장(章)으로 규정된 선관위도 당연 제외 대상이고, 다만 구체적으로 예시가 안된 것은 '입법의 불비'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해진다.


반면 감사원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헌법기관으로 국회·법원·헌재만을 규정한 감사원법 제24조 3항을 '열거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감사원법 제24조에서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를 제외한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공무원의 직무 등을 감찰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직무감찰의 예외로 인정한 (국회·법원·헌재) 기관 외의 기관인 선관위는 직무감찰 대상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그간 선관위가 감사원 직무감찰
받지 않았던 것은 헌법적 관행?
선관위 "국가기관간 견제와 균형"
감사원 "존중 차원서 자제했을 뿐"


그간 선관위를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서 제외해왔던 헌법적 관행이 존재했는지도 논란거리다.


중앙선관위는 "그간 국가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게 헌법적 관행"이라며 "이에 따라 직무감찰에 응하기 어렵다는 게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감사원은 "선관위가 담당하는 선거 관련 관리·집행사무 등은 기본적으로 행정사무에 해당하고, 선관위는 선거 등에 관한 행정기관이므로 감사 대상"이라며 "그간 선거관리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감사를 자제해온 것일 뿐"이라고 반론했다.


정치권에서는 집권여당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중앙선관위가 감사원의 감사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감사받는 대상 기관이 감사를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고를 선택할 권리가 어디 있겠느냐"며 "터무니 없는 행동을 즉각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장 출신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국가공무원법 제17조 2항은 선관위의 인사 사무가 인사혁신처에 의한 인사 감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지,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서까지 제외된다는 규정은 아니다"라며 "선관위가 해온 채용비리 수법과 실태를 보면 감히 헌법이 보장하는 독립기관이라며 큰소리 치던 태도가 얼마나 위선적이었는지 기가 찰 노릇"이라고 성토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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