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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後 이탈리아 최장수 총리, 베를루스코니 별세


입력 2023.06.12 20:41 수정 2023.06.13 06:48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12일(현지시간) 타계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 AFP/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의 '최장수 총리'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별세했다. 86세.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날 밀라노의 산 라파엘레 병원에서 맏딸인 마리나를 비롯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사인은 ‘만성 골수백혈병’(CML)에 따른 폐감염으로 알려졌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년 전 CML 진단을 받은 뒤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 왔다. 지난 4월 5일에도 CML에 따른 폐감염으로 이 병원에 긴급 이송된 적이 있다. 당시 그의 가족은 임종이 임박했다고 판단했지만 45일간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은 끝에 건강을 일부 회복해 퇴원했다. 지난 9일 CML 관련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한 그는 그러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끝내 눈을 감았다. 2020년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으며 최근 덜어 여러 건강문제를 겪고 있었다.


1939년 9월 29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1961년 건설업에 뛰어들어 부를 쌓았고 1980년대엔 이탈리아의 대표적 언론재벌이 자리매김했다. 자신이 지은 아파트 단지에 케이블TV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 ‘텔레밀라노’라는 유선방송회사(SO)를 만든 게 시작이었다. 이 회사는 이탈리아 최대 미디어 그룹 ‘메디아셋’으로 발돋움했다. 2000년 포브스가 집계 한 베를루스코니의 개인 자산은 120억달러(약 15조원)에 달했다.


이탈리아 축구 클럽인 AC밀란의 구단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86년 AC밀란을 인수한 그는 클럽을 세계 최고 명문 구단의 반열에 올렸으나 2017년 과도한 부채 문제로 중국 자본에 AC밀란을 매각했다.


1990년대 들어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자신의 부를 바탕으로 1994년 ‘전진 이탈리아’를 창당해 정치에 뛰어든 것이다. 창당 첫 해에 북부를 기반으로 한 국가동맹과 북부동맹 등과 손잡고 2차대전 이후 최초의 우파연정을 꾸려 총리직에 올랐다. 1994~2011년 세 차례에서 걸쳐 이탈리아 총리를 지냈고, 2005년 개각을 포함하면 네 차례에 걸쳐 9년 2개월간 총리직을 수행했다. 전후 최장기 총리 재임 기록도 썼다.


집권 시절 성추문과 비리 등 온갖 스캔들로 얼룩졌다. 2011년 미성년자와의 성추문 의혹에다 이탈리아 재정 위기까지 겹쳐 총리직에서 퇴진했다. 그는 2010년 밀라노 인근에 있는 자신의 호화 별장에서 당시 17살 미성년자였던 모로코 출신 댄서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한 혐의로 기소되는 등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0년 4월12일 미국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인사하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 EPA/연합뉴스

2013년에는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상원의원직 박탈과 함께 공직 출마를 금지당했다. 이밖에도 재임 기간 중 '마피아 커넥션' 의혹도 제기돼 '스캔들 제조기'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8년 5월 밀라노 법원이 복권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2019년 유럽의회 의원이 되는 등 끊임없이 정계 복귀를 노렸다. 특히 지난해 이탈리아 총선에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이탈리아형제들(FdI)이 주도하는 우파 연정에 가담해 승리함으로써 9년여 만에 정계에 복귀했다. 이후 활발한 정계 활동 의욕을 보였으나, 건강 악화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0년 지기' 친구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해 4월 "푸틴 대통령의 행동에 매우 실망했다는 점을 숨길 수도 없고, 숨기고 싶지도 않다"며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그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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