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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가격 인상’ 제동 건 정부, 소비자 부담 완화로 이어질까


입력 2023.06.27 06:48 수정 2023.06.27 06:48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정부, 제분업체들과 간담회…가격 안정 협조 요청

서비스물가가 인플레 주도…“하반기 둔화 어려워”

서울 한 대형마트 밀가루 판매 코너의 모습.ⓒ뉴시스

라면 가격 인하 압박에 나선 정부가 제분업계, 유업계 등으로 타깃을 넓혀 제품가 상승 억누르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으름장에 식품업계가 본격적인 눈치싸움에 돌입한 가운데 이번 주를 기점으로 편의점 먹거리 상품 가격이 다시 한 번 줄인상 될 예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6일 대한제분, CJ제일제당 등 제분업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밀가루 가격 안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국제 밀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이 좀처럼 내려가고 있지 않아서다.


이는 지난 18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송에서 “밀 가격이 하락했으니 라면 가격도 내렸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한 지 일주일 만에 열리는 물가 관련 간담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공정위 담합 조사 필요성까지 언급하며 추 부총리 발언에 힘을 실어준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를 보면 국제 밀(SRW·적색연질밀) 1t당 가격은 지난달 평균 227.7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5.7% 떨어졌다. 이달 1~22일 평균 가격은 239.42달러로 1년 전보다 35.5% 내려온 수준이다.


제분업계가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이들 업체로부터 밀가루를 사서 쓰는 라면업체로선 가격 인하를 거부할 명분이 줄어들게 된다. 라면업체들은 그동안 추 부총리 발언에 “밀가루값 외에 물류비, 인건비 등 다른 비용이 오른 만큼 곧장 가격을 내리기는 무리”라며 해명해왔다.


다만 제분업계는 정부가 가격 인하를 요구하더라도 당장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 주장대로 밀의 국제 선물 가격은 하락했지만, 수입 가격은 아직도 높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제분업계는 국제 밀 가격이 하락했다는 정부 주장에도 사실상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밀 가격 하락은 국제 선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밀 선물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실제 밀 가격이 내려가 시세에 반영될 때까지는 4~8개월의 시차가 있다는 주장이다.


제분업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커질수록 원유 가격 협상이 한창인 유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낙농진흥회는 지난 9일부터 진흥회 이사 1명, 생산자 3명, 우유업계 3명 등 7인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를 열어 원유 기본가격 조정 협상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큰 폭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사료값 인상 등으로 우유 생산비가 워낙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사료와 에너지 비용 상승 영향이 컸다. 현재 리터(L)당 996원인 원윳값은 적어도 1065원, 최고 1100원이 될 전망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의 모습.ⓒ뉴시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소비자 가격이 인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식품업계를 압박하며 물가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에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이다.


한 번 오르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서비스 물가가 인플레이션을 또 다시 주도하고 있어서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늘어난 고용과 원료, 에너지, 임대료, 인건비 등 누적된 비용 상승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정부의 압박에도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다음달부터 치즈 19종 출고가를 10~18%, 아몬드브리즈 오리지널·어메이징 오트 바리스타 등 식물성 음료 950㎖ 대용량 제품 가격을 15% 올리기로 했다.


아이스크림 가격도 대폭 인상될 예정이다. 롯데웰푸드는 편의점 판매 아이스크림 가격을 20~25% 올린다. 스크류바와 죠스바, 옥동자바, 수박바, 와일드바디, 돼지바, 아맛나 등이 각각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오른다. 빠삐코는 1500원에서 1800원으로 20% 오른다.


여기에 편의점에서 파는 음료, 안주류, 통조림 일부 제품도 제조사의 공급가 인상에 따라 가격이 오른다. 조지아 오리지널·카페라떼, 맥스 캔커피 240mL(이상 1200원→1300원), 미닛메이드 알로에·포도 180mL(1100→1200원) 등도 인상 품목에 포함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인상 요인이 있었지만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티다 원가 부담이 가중돼 불가피하게 인상하게 된 것”이라며 “정부의 서민고통 경감이라는 명분은 이해하지만, 자유경제시장에서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라고 우려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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