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153일 앞두고 나온 '킬러 문항' 삭제, '공정 수능' 방침…수능 현장 혼란 야기
정부, 교육현장 잘 다독이며 변별력 문제 해결해야…새 수능시스템 연착륙에 배가의 노력해야
이재명 대표 공약에도 킬러문항 삭제 있어…민주당,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정부와의 협치 보여줘야
조희연 "킬러문항 삭제 공감하고,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여야도 진영도 없다"…몇 번이고 곱씹게 해
교육부가 26일 오후 초고난이도 문제, 이른바 '킬러 문항' 삭제를 필두로 한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출제단계부터 킬러 문항을 핀셋으로 걸러내며 현장 교사들 중심의 '공정 수능'을 구현하고, 중장기적으로 유치원부터 초·중·고 사교육을 점차 낮춰가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그러나 취지는 좋았지만 타이밍은 다소 아쉽다.
대통령실에서 '공정한 수능' 취지에 관련 언급이 나온 건 지난 15일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교육개혁 보고를 받은 다음이었다. 이튿날인 16일, 교육부는 "3월부터 '공정한 수능'이라는 정책목표를 가졌다"며 "첫 번째로 실현해보는 시험이 6월 모의평가였고, 정부 기조가 잘 반영되지 않아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을 경질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발언들의 핵심은 결국 공교육 과정 바깥에 있는 킬러 문항을 수능에서 삭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의 메시지였다.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취지에 누가 반대를 할까.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당시는 대한민국의 가장 큰 연중행사라고도 볼 수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줄여서 '수능'이 치러지기까지 153일 남짓, 그러니까 5달 정도 남은 때였다.
언론의 보도와 함께 교육현장은 폭탄이라도 떨어진 듯 난리가 났다. 수능까지 약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수능 현장의 혼란과 당혹감은 가히 미뤄 짐작할 만 하다.
하지만 시위를 떠난 화살은 다시 되감을 수 없고, 실질적인 결과로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정부는 혼란에 빠졌을 교육 현장을 잘 다독이고, 물수능으로 인한 변별력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아쉬웠던 타이밍을 실적과 결실로 보여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무엇보다 새롭게 바뀌는 수능 시스템이 현장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배가의 노력으로 임해야 한다.
사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불법 및 편법 행위들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 영어 유치원, 초등 의대 입시반 등 과열된 사교육 시장을 식힐 필요가 있다. 공교육을 강화해서 사교육의 대안이 있음을 보여주고, 점진적으로 사교육 경감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도 반대만 할 게 아니다. 이재명 대표의 지난 대통령 선거 공약에도 킬러문항 삭제가 들어있었던 만큼 정부와 협치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야당이 반대만 하고 있으면 교육 현장의 혼란은 수습되기는 커녕 길을 잃고 더욱 갈팡질팡 헤매기만 할 것이다. 그럼 의미에서 진보진영 교육감으로 불리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킬러문항 삭제에 공감하고,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는 여야도 진영도 없다"는 언급은 몇 번이고 곱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