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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강사? 영화 배우?…월북 미군 이병 운명은


입력 2023.07.19 11:11 수정 2023.07.19 11:16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태영호 "北, 쉽게 돌려보내지 않을 것

북한에도 '가성비' 낮아 골칫덩어리

그나마 가성비 좋은게 선전영화 출연

결혼도 부담…옛날처럼 납치 안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견학하던 중 군사분계선을 넘어 전격 월북한 미군 이등병은 북한에서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탈북 인사 중 최고위급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이 이 이병을 송환하지 않을 경우, 영어 강사나 번역가·영화 배우로 일할 공산이 크지만 북한 당국에게도 '가성비'가 낮아 골칫거리일 것으로 분석했다.


태영호 의원은 19일 미군 이등병의 전격 월북 사건과 관련해 "북한으로서는 이번 월북이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가 열리고 미국 전략핵잠(SSBN)이 방한한 날에 일어나 미국의 체면을 구길 수 있는 호재를 만났다고 기뻐할 것"이라며 "자진 월북 미군은 '기술적으로 전쟁 상태'에서 적군이 자진 투항해온 사건이라 돌려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유엔군사령부는 전날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미국인 한 명이 무단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했다고 밝혔다. 외신은 이 미국인이 주한미군 이등병이며, 우리나라에서 폭행 혐의로 체포돼 징계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송환될 예정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태영호 의원은 "월북 미군 장병의 존재는 북한에도 장기적으로 가성비가 낮아 골칫덩어리"라며 "일부 군사정보는 얻을 수 있겠지만 직급(이등병)이 낮아 큰 정보는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만일 북한에 남겨두기로 결정한다면 북한 체제에 순응시키기 위한 세뇌 교육이 필요해서 전문 교사팀과 교육 커리큘럼을 짜야 한다"며 "더 큰 문제는 결혼 문제인데 순수혈통주의를 강조하는 북한 체제상 북한 여성과 결혼시키는 것은 큰 부담이고, 그렇다고 지난 시기처럼 외국 여성을 납치해오기도 힘들다"고 분석했다.


앞서 월북 미군 찰스 젠킨스 병장(1940~2017)과 제임스 드레스녹 일병(1941~2016)은 북한 당국이 이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해외에서 납치해온 루마니아 여성이나 레바논 여성, 일본 여성과 강제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시대인 만큼, 북한 당국도 쉽사리 이런 '납치혼'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태영호 의원은 "지난 시기 월북한 주한미군 장병들은 첫 몇 년 간은 북한에 구금된 상태에서 철저히 세뇌교육을 당한 뒤, 북한군 정찰장교를 양성하는 군사대학인 '압록강대학'에서 영어교사로 일했다"면서도 "막상 영어교사를 시켜보니 북한에서는 영국식 영어를 가르치는데, 월북 미군 장병들은 미국식 발음으로 가르치려고 해서 학생들만 혼란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일성·김정일 노작 번역 감수를 시켜봤으나 주체사상과 철학을 몰라 자기 나름대로 번역문을 고쳐놓아 오히려 엉망으로 만들어놓기도 했다"며 "그나마 가성비가 좋은 게 그들을 반미선전영화에 출연시켜봤더니 본인들도 북한 사회에 자신들을 알릴 수 있어 좋아했다"고 혀를 찼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6·25 선전 영화를 찍어야 하는데 서양인 배우 자원이 없었으므로 월북 미군 장병을 연기자로 동원했고, 월북 미군 장병 중 드레스녹 일병의 경우에는 '이름없는 영웅들' 20부작에 북한군 포로를 괴롭히는 미군 포로수용소장 '아서 중령'으로 출연하며 북한 전역에서 '아서 선생'으로 인지도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뻔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 월북 미군 이병을 향해 태 의원은 "어떤 이유로 월북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며칠 지나면 자신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될 것"이라며 "자유로운 사회에 살던 사람은 북한에 관광객으로 들어가도 며칠만 지나면 지나친 통제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인데, 월북 미군 장병이라면 첫날부터 구금 생활이 시작되니 미칠 지경일 것"이라고 동정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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