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 오전 9시 경남 남해안 상륙…반도체 업계, 외부 공사 중단 등 대비 태세 돌입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곧 관통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반도체업계가 '비상 가동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사업장 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사들이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재해 등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에 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적정 온도 유지는 물론 방진·방풍에 끄떡없는 24시간 사업장 가동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태풍이 한반도 가까이 북상하면서 전국에 태풍특보가 내려졌다. 이 태풍은 오전 9시를 전후로 경남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으로 전국에 폭풍우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업계는 외부 공사 중단 등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국내 반도체 팹(이천·청주)에 비상 대응 시스템을 가동중이다. 이 시스템은 악천후시 야외 작업을 중지하고 피해가 예상될 경우 즉시 작업을 중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태풍으로 출퇴근이 어려운 경우, 유연근무제를 적극 활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태풍 등 자연재해로 전기 공급에 차질이 생겨도 전력을 공급하는 '맞춤형 전원 공급 시스템'을 가동중이다. 따라서 정전 등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변전소에서 전기를 공급받으며 조업을 이어갈 수 있다.
또 빛을 통해 웨이퍼에 회로를 그려 넣는 포토 장비나, 반도체 칩 문제를 측정하는 MI장비 등 지진과 강풍에 민감한 장비의 경우, 이를 경감시키는 '제진대'라는 받침대를 설치해 보호하고 있다. 제진대는 지면의 진동을 경감시키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받침대로, 민감한 장비를 놓을 자리에 주로 설치된다.
삼성전자 역시 태풍에 대비해 시설물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회사측은 "정기 모니터링 및 배수구 점검 등을 강화해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가 한창인 평택 사업장의 경우, 태풍이 소멸될 때까지 외부 및 외곽 공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팹 주변에 방풍림을 심어 강풍에 대비하고 있다. 방풍림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먼지와 바람을 1차로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또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로 정전 또는 화재로 전원 공급에 문제가 발생해도 팹 가동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는 설비 점검도 완료했다. UPS는 전원 공급이 끊어져도 안정적으로 팹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말한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반도체 사업장 안전관리는 필수다.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은 지난달 태풍 '독수리' 소식에 24시간 대응 체제를 가동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팹을 두고 있는 제조사들은 반도체 업종 특성상 24시간 가동 체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각종 재해로 인한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 상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