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친명 원외 모임서 "투표 거부하라고 해야"
정청래도 "'잡아가라'고 도장찍는 것 이해 안 돼"
비명계에선 "한 번 내뱉은 말 당연히 지켜야" 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친명(친이재명)계에서 '체포동의안 부결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표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행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주축이 된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1차 전국 회의에 참석한 민형배 의원은 '체포동의안 투표 거부'를 제안했다.
민 의원은 "검찰이 정기국회 중에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러면 별 수 없이 표결해야 하고, (당내에서) 가결을 하자는 사람이 생길까봐 걱정도 된다"라며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투표를 거부하라고 말하면 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간악한 짓을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국회법에서는 국회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가진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민주당 의원 167명이 전원 불출석하면 재적 과반 출석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청래 최고위원도 "당대표를 무도한 검찰이 잡아가려 한다면 '왜 잡아가느냐, 무슨 죄가 있다고 잡아가느냐, 잡아가지 말아라'라고 얘기해야 할 의원들이 '잡아가라'고 도장찍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라며 "이 대표를 지키는 것은 이 대표 개인이 훌륭하기도 하지만 당원의 77.7%가 뽑은 대표는 우리의 깃발이고 우리의 상징이고 이 대표를 뽑은 당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거들었다.
앞서 박찬대 최고위원도 비슷한 결의 주장을 한 바 있다. 박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라디오방송에서 "정당한 영장 청구라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 당당하게 부결 표를 던질 것이다. 이런 의원이 나 한 사람만이겠느냐"고 말했다.
친명계 중진 정성호 의원도 같은 날 라디오방송에서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에 대해 "의원들이 당내 갈등을 유발하지 말고 각자 소신껏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하면서 "어떤 위기가 온다고 하면 단합하는 게 민주당의 전통"이라고 사실상 '부결론'에 힘을 실었다.
친명계의 이러한 주장은 이 대표가 혹여나 '가결'을 요청하더라도 부결시키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미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고, 구속영장 청구 시 '제 발로 출석해 심사받겠다'고 밝힌 만큼 가결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명(비이재명)계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김은경 혁신위원회에서 제안했었던 체포동의안에 대한 민주당의 기조, 그리고 거기에 대한 지도부의 답변은 있었던 상황"이라며 "그 말을 번복하자는 말인가를 오히려 좀 확인해보고 싶다"고 지적했다.
고 최고위원은 "한 번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당연히 약속을 지키는 게 정치 아닌가 생각이 들기 때문"이라며 "현재 김은경 혁신위에서 내놓은 안들을 강하게 추진해야 된다고 하시는 의원들도 많아 번복 의도는 아닌 것 같은데 어떤 생각에서 그런 결론을 내신 건지가 궁금하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친명계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맹폭을 가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최근 이 대표 영장청구 때문에 국회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한때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을 위해 단 하루의 틈도 만들지 않으려고 헌정 사상 유례없는 공휴일 개원까지 밀어붙이더니 이제는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 당내 불화가 극대화될까봐 비회기 때 영장이 청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도 "이 대표가 새빨간 거짓말쟁이로 전 국민에게 낙인 찍힐 생각이 아니라면 즉각 이런 친명계 의원들 발언에 대한 본인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이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 단상에서 낸 대국민 메시지 '불체포 특권 포기' 약속이 새빨간 거짓말인지 아닌지 즉각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