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증후군, 자칫 잘못하면 화병 된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 맞이한 명절인 만큼 귀성행렬이 줄을 이었다. 연휴도 길었던 만큼 오랜만에 고향 가족, 친지들을 방문해서 가족의 정을 나누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시 모이는 만큼 '명절증후군'도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과거 명절증후군은 전 국민의 70%가 경험할 만큼 유병률이 높았다. 명절 직후 이혼율이 2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명절증후군은 명절 기간에 받는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을 의미한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긴 연휴에 오히려 가족들을 위해 봉사하며 나타나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장시간 명절 음식 준비로 인한 노동을 통한 신체적 스트레스도 겸해진다.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인 만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스트레스로 인해 대뇌와 심장 쪽에 혈액이 몰리면서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나타나며, 과도하게 근육이 긴장된 상태로 인해 쉽게 근육과 관절통이 나타나기 쉽고 피로감을 느낀다.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이 장시간 항진돼 위장장애가 나타나고, 심리적으로 우울이나 불안으로 불면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태를 한의학에서는 '기울(氣鬱)'이라고 하여 감정 상태에 따라 내 몸에서 기의 움직임에 변화가 나타난다. 격한 감정 상태에서는 기의 움직임이 흐트러져 막혀서 정체된 상태가 된다.
내가 스스로 내 몸이 기울 상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정확히는 한의원에서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하지만, 간단하게 집에서는 젖꼭지와 젖꼭지 딱 가운데 가슴 가운데를 눌러서 통증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가슴 사이를 눌렀을 때 꽉 막힌 듯하고 통증이 느껴진다면, 내 몸의 기가 소통이 안 되면서 단전에 뭉쳐진 상태다.
특히 간과 신장이 약하신 분들은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기 쉽고, 이처럼 기의 움직임이 정체되는 경우 기울화화(氣鬱化火)라고 해서 화(火)가 된다. 즉 화병(火病)이 될 수 있다. 가슴속에 불덩어리가 있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열이 뜨는 거처럼 치밀어오르고 머리가 아프고 불면증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럴 땐 가벼운 지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두통이 있다면 양쪽 귀에서 위로 올라간 선과 머리 정중앙 선이 만나는 내 머리의 가장 꼭짓점을 백회(百會)혈을 지압하는 게 좋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면 신문(神門)혈을 지압하는 게 좋다. 신문혈은 손목에서 새끼손가락 쪽으로 만져지는 힘줄 옆에 있다. 거기에 가슴이 답답하고 뜨거운 느낌이 들면 가슴 가운데 단중(膻中)혈을 문질러서 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평소 생활에서도 가벼운 산책과 반신욕을 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받아 화병이 오는 경우 위쪽인 가슴과 머리 쪽으로 열감이 느껴지는 만큼 하체 운동이나 반신욕을 통해 하체 쪽의 혈액순환을 활성화해서 오르는 열을 낮춰주는 것이 좋다.
한의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건강 상태를 수승화강(水昇火降)을 통한 두한족열(頭寒足熱)이라고 한다. 두한족열은 머리는 차고 발을 따뜻한 상태를 말한다.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하체 쪽의 혈액순환을 위해 노력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글/ 이한별 한의사·고은경희한의원 대표원장(lhb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