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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폭우 때 맨홀빠져 숨진 남매…법원 "서초구, 16억 배상책임"


입력 2023.12.27 16:02 수정 2023.12.27 16:03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남매, 지난해 8월 집중호우 당시 강남역 일대서 맨홀 빠져 숨져

재판부 "맨홀 관리 하자로 사고 발생…관리청인 서초구가 배상해야"

"맨홀 뚜껑 항상 닫혀 있도록 관리해야…통행 지장 없도록 할 책임"

지난해 8월 강남역 집중호우 당시 실종자 수색 작업 모습.ⓒ연합뉴스

지난해 8월 중부지방 집중호우 당시 서울 강남역 일대에서 맨홀에 빠져 사망한 남매의 유족이 구청으로부터 16억여원을 배상받게 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허준서 부장판사)는 남매 A·B씨의 유족이 서초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총 16억4700여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A씨와 B씨는 작년 8월 8일 폭우가 쏟아지던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서 도로를 건너다가 뚜껑이 열려 있던 맨홀에 빠져 숨졌다.


이들은 차를 타고 가던 중에 폭우로 시동이 꺼지자 내려서 대피했다가 비가 잦아든 후 이동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맨홀 설치·관리의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만큼 해당 도로의 관리청인 서초구는 피해자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고 장소 일대는 낮은 지대와 항아리 지형 등으로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됐고 하수도에서 빗물이 역류해 맨홀 뚜껑이 열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고 짚었다.


따라서 서초구는 원칙적으로 맨홀 뚜껑이 항상 닫혀 있도록 관리해 차량 등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초구 측은 "맨홀 뚜껑이 열렸던 것은 '기록적 폭우'라는 천재지변 때문으로 사고를 예측하거나 회피할 수 없었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맨홀 뚜껑이 예상치 못한 폭우 때문에 열렸다고 해도 뚜껑이 열린 채로 방치된 데에는 서초구의 관리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과거에 비가 더 적게 내렸을 때도 맨홀 뚜껑이 열렸던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사고가 천재지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망인들은 사고 당시 폭우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도로에 빗물이 가득 차 있었던 만큼 상태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건넜어야 했다"며 A씨와 B씨의 과실을 20%로 판단해 배상액을 책정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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