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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에 돌란, 칸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장에…영화로 유턴? [홍종선의 연예단상㊸]


입력 2024.03.04 11:14 수정 2024.03.04 12:41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감독 겸 배우 자비에 돌란 ⓒ칸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칸의 총아’로 불리던 감독 겸 배우 자비에 돌란이 제77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심사위원장에 임명됐다. 코엔 형제가 위원장을 맡았던 제68회 칸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심사위원을 역임한 바 있으나, 한 섹션의 위원장은 처음이다.


‘주목할 만한 시선’은 칸영화제의 하이라이트라 할 경쟁 부문 다음으로 위상이 높은 공식 섹션이다. 젊은 감독들의 독창적이고 색다른 영화가 경쟁 부문과 마찬가지로 20개 작품이 공개되고 심사위원장을 포함해 5인의 심사위원이 대상, 심사위원상, 특별상, 감독상, 배우상 등을(비정기적으로 각본상) 선정해 수여한다.


칸국제영화제 측이 자비에 돌란(Xavier Dolan)의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장 소식을 알리면서 공개한 보도자료에는 중책을 맡게 된 돌란의 소감이 담겼다.


“저는 칸에 와서 겸허하고 기쁩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재능 있는 영화 제작자들의 작품을 발견하는 것은 항상 저의 개인적인 여정과 직업적인 여정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맡은 이 책임을 통해, 진실하게 이야기하는 영화의 본질적 측면에 대해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회 멤버들과 함께 집중하는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심사위원장을 맡게 된 소감이다. 칸 영화제 측이 자료를 통해 소개하고 있듯 20대의 나이에 이미 영화 ‘마미’로 심사위원상, ‘단지, 세상의 끝’으로는 이미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칸의 총아’로 불려온 자비에 돌란이다.


이에 앞서, 16세에 쓴 자전적 단편소설을 스스로 영화 각본으로 바꾸고 연출하고 제작하고 주연해 장편영화 ‘I Killed My Mother’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을 때 19세였다. 독학으로 만든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캐나다 대표로 출품되면서 ‘천재 감독’이라는 수식어도 생겼다.


그러나. 젊은 감독의 대담한 열정과 본 적 없던 새로운 것을 펼쳐 보이는 신선함에 대한 세계적 칭송은 서른 즈음에 이르러 잦아들었고, 공교롭게도 코로나19라는 팬데믹까지 겹치며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 같았던 자비에 돌란의 영화 사랑은 ‘절교 선언’으로 끝나는 듯 보였다.


돌란은 지난해 7월 스페인 매체 ‘엘 파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프로젝트에 2년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 이런 실망감을 받아들이기에는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은 열정을 쏟았다”면서 “지금은 2023년이고 세상은 크게 바뀌었다. 나는 더 이상 그 세계(영화)에서 이야기하거나 나 자신과 소통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또, “우리 주변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로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예술은 쓸모없고 영화에 헌신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라는 말까지 세상에 꺼내 놓았다.


이미 자비에 돌란은 이런 발언을 하기 한 해 전이던 2022년, 그의 첫 TV 시리즈인 ‘나이트 로건 웨이크 업’을 감독하고 출연했다.


이제는 영영 영화와 멀어지는 것인가 싶었다. 그런데, “시골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며 “단지 다른 것, 다른 경험을 하고 싶을 뿐”이라던 그의 행보가 이번에 칸국제영화제 측으로부터 들려왔다.


물론 영화 제작이나 출연에 관한 소식은 아니니 여전히 ‘영화와 거리두기’ 발언이 유효한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찾지 않는 극장, 영화라는 채널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지 못하는 고뇌가 해결되지 않은 건 여전하다.


그러나 영화제 심사위원장은 이미 ‘영화 안에’ 들어온 자리다.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회를 지휘하며, 그는 예전에 자신이 그러했듯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꿈을 품고 열심히 달려들어 일하는 감독과 그 결과물인 영화를 발견하려 힘쓸 것이다.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를 대담하게 열어젖히는 창조적 예술인들의 재능과 열정을 축하할 것이다.


영화계 밖으로 직진하는 것으로 보이던 자비에 돌란이 다시 U턴 하든 말든 난 상관없어! 라고 말할 분들도 계시겠지만, 심사를 위한 숙고의 시간이 자비에 돌란의 식어버린 ‘영화 심장’에도 새로운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영화제 격을 떨어뜨렸다는 영화 ‘단지, 세상의 끝’마저도 사랑하는 팬심에 기인한 바람이다.


제77회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5월 14~25일 열린다. 공식 초청작은 한 달여 뒤인 4월 11일 발표될 예정이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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