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형 1.5조 순유출…해외형은 2.9조 유입
상반된 수익성·안정성에 ‘쏠림 현상’ 심화
시장 확대 따른 액티브 전략 활성화 필요성 제기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40조원 규모로 급성장한 가운데 해외 상품들과 달리 국내 상품들은 투자심리(투심)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내 주식이나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상품들에서는 자금이 빠지는 반면 해외 주식·채권 상품에는 뭉칫돈이 몰리는 상황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달(3월15일~4월17일) 동안 국내 주식·채권형 ETF에서 약 1조4519억원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채권형 ETF에 2조8890억원이 유입된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이는 ETF 시장에서 국내 상품에 대한 선호도나 주목도가 해외 상품보다 저조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 상품 대비 해외 상품이 안정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월등하다는 판단이 작용하면서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주식에 대한 불신이 국내 주식형 ETF의 부진으로 연결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증시가 지난 2010년도 이후 수 년째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미국·일본·인도 증시는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올 들어 대표적인 해외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TSMC 등의 주가가 40~80% 가량 오른 반면 한국 반도체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률은 각각 마이너스(-) 0.88%, 25.5%를 기록하는 등 훨씬 밑도는 실정이다.
이에 국내 반도체 관련 ETF에 투자하던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일본 등 반도체 상품으로 이동하는 등 투심이 해외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 업권의 진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뿐 아니라 기관·외인들도 해외주식 투자 수단으로 ETF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며 “비교적 쉽게 투자를 접하는 통로인 ETF에서도 해외 투자가 주를 이룰 경우 국내 주식·채권에 대한 매력도가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국내 ETF 시장이 커질수록 국내 증시에서 유출되는 자금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으로 국내 ETF 상품들은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를 입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현재처럼 국내 주식형 외 ETF로 자금이 유입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이 올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ETF 시장과 국내 증시의 공존을 위해 자국 주식형 상품 활성화 방안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액티브 상품의 비중 확대가 제시되고 있다.
국내 증시가 글로벌 경기에 따라 등락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 지수 추종상품보다 액티브 상품을 통한 수익률 제고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패시브 전략으로는 국내 주식형 상품이 수익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에 주식형 액티브 ETF가 상장된 이후 플러스(+) 수익을 기록한 경우가 과반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액티브 ETF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의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초과 성과뿐 아니라 투자자 교육도 수반돼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