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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김동연, '비명계 구심점' 부상할까…기대론과 한계론 동시에


입력 2024.05.22 05:10 수정 2024.05.22 05:1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김경수, 국내 체류 기간 친노·친문 인사 만날 예정

복권 안돼 '피선거권' 없어…정치적 한계로 꼽혀

김동연, 24일 경기 당선인 만찬 기점 보폭 넓히기

중도 확장성 있지만 낮은 인지도 극복은 과제

영국에서 체류 중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가 '이재명 일극 체제' 강화 수순을 밟으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김동연 경기도지사로 향하고 있다. 총선을 치르며 친문(친문재인)계를 비롯한 비명계가 '멸족' 수준으로 당내 영향력을 상실한 만큼, 이들이 비명계의 '구심점'이자 이재명 대표에 맞설 차기 주자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경수 전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지난 19일 귀국했고 조만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다. 김 전 지사는 6월 중순께 영국으로 돌아갈 예정으로, 그때까지 친노(친노무현)·친문계 인사들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힌다. 2017년에 경남도지사로 당선되며 당시 친문계의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했다. 그러나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2년 징역형을 선고받아 수감되면서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다. 2022년 12월에 특별사면 후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김 전 지사가 현실정치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김 전 지사의 향후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친문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친문계에 주자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 전 지사 역할을 바라는 인사가 많은 건 사실"이라며 "김 전 지사가 국내에 있는 동안 많은 인사를 만나면서 향후 행보에 대해 고민하지 않겠느냐"라고 전망했다.


고민정 의원도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 전 지사가 감옥에서 책도 많이 보고, 정치·경제 모든 것에 고민도 굉장히 많다"며 "정치인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불려나올 수 있다. 필요하다면 역할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대감의 배경엔 김 전 지사의 '출신'이 있다.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이뤄내기 위해선 역대 대선에서 승패를 좌우한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의 표심을 얻어야 한다. PK는 보수 정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지역 출신인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과 같은 상징적인 인물이 연이어 배출되면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사수해야 할 지역으로 꼽힌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에 지금 PK 주자가 없다. 상징적인 주자가 있어야만 민주당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김 전 지사가 부상하는 것"이라며 "김 전 지사가 '비명횡사'로 불리는 이번 총선에서 내·외상을 입지 않다는 점도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해석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지사가 복권되지 않아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없다는 점은 정치적 행보의 한계로 꼽힌다. 김철현 경일대 특임교수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를 언급하면서 "아마 복권된다고 하더라도 친명계 또는 이 대표에 맞설 수 있는 정치적 라이벌이 되기에는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일극 체제'를 강화하면서 비명계의 공간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방명록에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광주정신으로 대한민국 대전환을 이루겠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뉴시스

김경수 전 지사의 한계론 때문에 김동연 지사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김 지사가 이 대표와 달리 '사법리스크'가 없고, 특정 계파로 분류되지 않아 중도확장성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것도 김 지사의 역할론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6일부터 11박 13일 일정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해 1조4000억원에 이르는 해외투자를 유치했다.


김 지사는 오는 24일 수원에서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초청 만찬 및 간담회를 한다. 이 자리에는 경기 지역 당선인 민주당 53명, 국민의힘 6명, 개혁신당 1명 등이 참석한다. 김 지사는 이를 통해 국회와의 접점을 점차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최근 친노·친문 인사들을 만나고, 정무 라인을 정비한 것을 두고 대권 행보 초읽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친문계의 한 인사는 "김 전 지사가 최근 친문계 의원들과 만나거나 약속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치권 관계자는 "김 지사의 낮은 인지도는 한계"라며 "그간의 유력 주자들은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주는 세력이 있었지만, 김 지사는 아직까지 세력화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것을 극복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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