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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육시설 개방, 조성부터 운영까지 체계적 준비가 필요하다


입력 2024.06.22 10:18 수정 2024.06.22 11:10        데스크 (desk@dailian.co.kr)

ⓒ 뉴시스

학교체육시설 개방에 대한 논의는 체육시설이 부족한 우리나라 체육현장에서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많이 제시되었던 해법 중 하나이다.


그간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개방이 미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개선 방안이 지속적으로 제시되었으나 여전히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교체육시설은 주민들이 희망하는 완전한 개방을 하고 있지 않다.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개방 의무 규정 미비, 사고 발생에 대한 학교장의 법적 책임, 학부모 반대, 운영인력 부족 등이 그동안 주요한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는데 당연히 이러한 부분들도 선결되어야 하지만 개방 확대를 위해서는 학교 현장의 상황을 고려한 보다 섬세하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학교체육시설이 사고 없이 잘 개방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인 시설 조성부터 잘 되어야 한다. 현재 학교가 보유한 대부분의 체육시설은 운동장과 체육관인데 체육관은 강당의 역할을 겸하고 있어 교실 등 교육공간과 연결되어 있어 개방 시 동선 분리가 쉽지 않은 구조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영국의 경우 많은 학교들이 지역 개방을 고려하여 학교에 다양한 체육시설을 조성할 때부터 외부와의 동선이 분리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복합시설로 지어지는 일부 시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학교가 체육시설을 교육공간의 일부로 보기 때문에 학생들 동선을 중심으로 체육시설의 위치와 형태가 정해진다. 이렇게 학교가 지어지고 나면 개방이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성단계부터 개방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


교육부에서는 학교건축 표준업무 매뉴얼을 배포하고 있지만 설계단계에서 개방과 관련된 검토 사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만든 학교시설 계획·설계지침에 그나마 복합화에 대한 방향은 제시되어 있다. “학교체육시설 복합화와 관련하여 동선계획은 학생과 외부인은 별도의 동선으로 구분되어야 하며, 학교건물 내 일반교실 및 개방화시설이 아닌 공간을 지나치게 된다면 학생의 안전과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기에 적절하게 대처 가능하도록 계획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실제 설계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매년 전국에서 수백 개의 학교가 만들어지는데 교육부 차원에서 체육시설을 포함하여 학교시설이 지역주민에게 개방되고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 구체적 설계 방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확산시켜야한다.


아울러 신축되는 학교의 경우 학생 수 등 수요가 있는 지역이므로 학교복합시설을 적극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2023년부터 학교와 지역의 필요를 고려해 교육, 돌봄, 문화, 체육시설 등을 운영하는 학교복합시설을 지원하고 있는데 2027년까지 총 200개를 추진할 예정이므로 예산을 지원 받을 수 있는 중앙부처의 공모사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도시지역일수록 신규 공공체육시설 조성할 수 있는 부지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 공간이 소중할 수밖에 없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시설을 복합화하여 조성해야 한다. 체육시설도 체육관만 있는 것보다 수영장, GX룸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어야 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도 풍부해지고 개방 시 활용도도 높아질 수 있다.


신축되는 학교 이외에도 최근에는 서울에서 조차 폐교가 발생하고 있고 전국 초등학교 5개교 중 1개교는 전교생 60명 이하의 미니학교로 운영되고 있어 폐교나 폐교실에 대한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2023년 기준 폐교는 약 4000개에 달한다. 이 중 활용이 되고 있는 시설은 약 1000개이며 공공체육시설로 활용되고 있는 시설은 15개에 불과하다.


학교는 교육, 사회복지, 문화시설 등 타 용도로의 활용도 필요하지만 운동장을 보유하고 있고 교실이나 체육관을 활용하면 체육시설로 전환이 매우 용이하기 때문에 생활체육시설, 장애인체육시설, 학교운동부 및 직장운동경기부 훈련시설 등 다양한 형태의 체육시설로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청과 지자체가 협업하여 적극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학교체육시설이 주민에게 개방되고 지역에 필요한 체육시설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조성단계부터 활용이 가능한 시설을 만드는 것이 우선적이지만 운영단계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것들도 있다. 학생과 주민을 위한 학교체육시설이 만들어지고 개방이 결정되면 학교는 직접 시설을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위탁 운영이 이루어지고, 시설관리공단, 공공스포츠클럽과 같은 공공영역이나 민간업체가 시설 운영을 맡게 된다.


그런데 학교가 직접 위탁 운영 계약을 체결하고 관리를 하는 구조이다 보니 전문성이 높지 않은 교장이나 교사들이 위탁 업체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분쟁과 갈등이 발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수영장을 보유한 48개 학교 중 4개 학교가 수영장 위탁 운영 업체와 법적 분쟁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초·중·고 전체 여성 교사 비율이 69.7%에 달하고 상당수 교장, 교감 선생님도 여성인 경우가 많아 체육시설 관련 위탁 및 관리에 필요한 건축, 소방, 각종 인허가 등 관련 업무에 대한 어려움 호소도 증가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성별을 떠나 대부분의 학교장들이 수영장 운영에 대한 스트레스로 수영장이 있는 학교를 기피하거나 애물단지로 여긴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더 이상 학교장에게만 학교 체육시설 관리운영을 맡겨두고 방치해서는 안 되고 교육청에 전담 부서를 만들어 위탁 운영 업체와 계약을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학교체육시설 개방에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은 1970년대부터 학교체육시설 개방을 추진하였고 수십 년의 노력으로 개방을 정착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개방의 주체 및 책임자는 지역교육청 교육위원회에 있고 공공 스포츠클럽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국가마다 환경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본의 제도와 운영 형태를 가져오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여건에 맞게 차근차근 추진이 필요하다.


우선 제도 개선과 병행해서 조성단계부터 개방이 가능한 시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위탁업체 선정 등 운영관리의 주체를 일선 학교에서 교육청 등 상위기관의 전문조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고민해야 한다.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체계도 함께 만들어야 진정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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