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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난맥상’ 대한축구협회, 홍명보 카드로 돌파...울산 HD 어쩌나


입력 2024.07.08 00:00 수정 2024.07.08 05:16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울산 HD 홍명보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결국 홍명보(55·울산 HD) 감독이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7일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감독이 내정됐다. 8일 오전 11시 축구회관에서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관련 내용을 브리핑할 예정이다"라고 알렸다.


지난 5일 홍명보 감독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하나은행 K리그1 2024’ 21라운드 수원FC-울산전을 마치고 이임생 기술이사를 만났다. 홍명보 감독은 고민 끝에 6일 오후 늦게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팀'을 강조하며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이끈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대표팀을 지휘하며 2014 브라질월드컵에 나섰고, 10년 만에 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한다.


역대 최고의 전력을 보유했다는 평가 속에도 대표팀은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


대표팀은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졸전 끝에 4강에서 좌절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무전술’은 물론 손흥민-이강인의 물리적 충돌 등 선수단 분위기도 잡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이후 대체 감독을 찾지 못했다. 감독 선임이 지체되면서 3월·6월 A매치를 각각 황선홍,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로 버텼다. 대한축구협회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이 시작되는 9월 A매치 전에는 감독을 선임하겠다는 목표를 다시 세우고, 선임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하면서 난맥상에 빠졌다. 자리를 대체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차기 감독 최종 후보군에 오른 외국인 감독들과의 면담을 위해 지난 2일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가 5일 귀국해 면접 결과를 보고했다.


울산 HD 홍명보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현실적으로 외국인 감독들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협회의 선택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소문은 있었지만 홍명보 감독 내정 소식에 축구팬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홍명보 감독의 지도력은 인정하지만, 지난주 홍 감독의 발언과 태도를 종합하면 너무나도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 HD의 K리그1 3연패를 겨냥하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30일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 부임에 대해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오히려 표류하고 있는 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홍 감독은 "협회에서 나보다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분들을 데려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내 입장은 같으니 팬들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잘라 말했다.


거침없는 거절 의사 전달에도 대안이 없는 협회의 선택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사실 홍명보 감독은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꾸준하게 대표팀 감독으로 거론됐던 후보다. 클린스만 경질에 따른 위약금과 천안 축구센터 건설로 추가대출을 받아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협회가 국내 감독 후보군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센 여론에 밀려 외국인 감독 등을 물색하다가 임시감독 체제로 버텼지만 결국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부터 지금의 난맥상은 협회와 정몽규 회장이 초래했다. 그러나 더 이상 답이 없는 상황에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9월부터 시작하는 3차 예선을 앞두고 최대한 빠른 감독 선임과 ‘원팀’을 만들기 위해 홍명보 감독이라는 카드로 돌파를 시도한다.


울산 측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협회와 협의하는 시간들을 거친 결과다. 협회에서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홍 감독은 울산을 떠나게 됐다. 울산 입장에서는 시즌 중 감독 교체가 큰 부담이다. 팬들에게 약속한 K리그1 3연패를 놓고 치열한 순위 경쟁 중이다. K리그1 외에도 코리아컵,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등 빠듯한 일정을 앞두고 새 감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10일 광주FC전을 시작으로 13일 FC서울전, 17일 인천 유나이티드전, 20일 전북 현대전 등 K리그1과 코리아컵 경기 일정이 촘촘하다.


일정도 일정이지만 가장 우려되는 것은 팬들의 반발이다. “팬들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라고 발언한 지 일주일 만에 홍 감독이 내린 결정에 울산 팬들은 허탈한 상태다. 앞서 울산 팬들은 홍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되자 강하게 반발해왔다. 축구계에서도 "시즌 중 K리그 감독 빼가기는 리그를 무시하는 결정"이라며 비판을 해왔다.


정확히 언제 울산 지휘봉을 내려놓을지 미정이지만, 홍 감독이 그동안 울산에서 보여준 지도력·성과·존재감을 떠올리면 새로 오는 감독도 엄청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협회가 초래했던 문제들을 울산이 홍명보라는 카드를 내주며 뒷감당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 모양새가 됐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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