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에 1표 모자란 99.75% 득표율로 입성
특별한 인상 남기지 못한 박찬호, 마쓰이는 실패
일본을 대표하는 야구 선수 스즈키 이치로가 기대했던 만장일치 득표는 아쉽게 1표 차로 무산됐으나 예상대로 무난하게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는 22일(한국시간) 2025년 명예의 전당 입성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입성자는 이치로(99.75%)와 CC 사바시아(86.8%), 빌리 와그너(82.5%) 등 3명이었다.
특히 이치로는 총 394표 중 무려 393표를 획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즉, 2019년 마리아노 리베라 이후 역대 두 번째 만장일치 득표를 노렸으나 단 1표가 모자랐던 것.
입성이 확정되자 이치로는 곧바로 자신이 오랜 기간 몸담았던 미국 시애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처음 메이저리그에 왔을 때 명예의 전당은 고사하고 제대로 뛸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일본인 최초로 헌액된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러자 시애틀 매리너스 구단 역시 이치로가 달았던 등번호 5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며 축하에 나섰다.
만장일치 무산에 대해서는 “1표 부족한 게 오히려 다행이다. 완벽을 추구하되 불완전하니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불완전한 게 좋다”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은 미국야구기자협회 정회원들의 투표로 이뤄진다.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이상 활약하고, 은퇴한 지 5년이 된 선수들이 후보로 선정되며 75%의 득표율을 얻어야 쿠퍼스타운행이 확정된다. 75%의 득표율을 얻지 못했다면 10년간 후보 자격을 이어갈 수 있으나 5% 미만 받았을 경우 그대로 탈락이다.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려면 일단 성적이 매우 뛰어나야 한다. 특히 누적 성적이 매우 중요한데 타자의 경우 3000안타 또는 500홈런을 기준점으로 잡는 게 일반적이다. 이치로는 빅리그서 19시즌을 뛰었고 통산 타율 0.311에 3089안타 509도루의 걸출한 성적을 남겼다.
비슷한 시기 함께 빅리그 진출을 이뤘던 마쓰이 히데키는 교타자였던 이치로와 달리 장타자로 명성을 떨친 선수였다. 하지만 마쓰이는 빅리그 통산 175홈런에 그쳤고, 2018년 입성 자격을 얻었으나 첫 해 4표 획득에 그치면서 광속 탈락하고 말았다.
누적 성적만큼 중요하게 고려되는 게 바로 강렬한 임팩트와 타의 모범이 되는 인성이다. 임팩트의 대명사 샌디 코팩스는 빅리그 생활이 12년에 불과했으나 은퇴 직전 화려했던 4년을 보내며 최연소 입회자가 되었고, 성적과 인성 모든 면이 훌륭했던 로베르토 클레멘테도 사망 직후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
이치로 역시 누적 성적 못지않게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다. 빅리그 진출 첫해였던 2001년, 아메리칸리그 MVP 및 신인왕을 동시에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고 2004년에는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 한 시즌 최다 안타(262개) 신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치로는 약물과 전혀 관련이 없는 청정 타자이며 철저한 자기 관리로 45세까지 현역 생활을 유지했다.
한국인 선수들 중에서는 박찬호가 유일하게 후보 자격을 얻었다. 아시아 투수 최다승(124승) 기록을 보유했던 박찬호였으나 마쓰이 히데키와 마찬가지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해 최종 후보 등록에는 실패해 아쉽게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지 못했다.
내년에는 메이저리그서 16년간 활약했던 추신수가 후보로 나올 예정이다. 2020년을 끝으로 빅리그 생활을 마감한 추신수는 통산 1652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5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의 엄청난 누적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추신수 또한 이렇다 할 타이틀 또는 기록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무엇보다 2011년 미국 내에서도 논란을 만들어냈던 음주운전 이력이 있어 투표권자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