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6주 차 산모, 유튜브에 낙태 경험담 담은 영상 게재…경찰, 산모 살인죄 혐의 입건
법조계 "출산 직후 살아있는 태아 살해했다면 살인죄 해당하지만…CCTV 등 증거 전무"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로 처벌 규정 사라져…입법공백 지속, 시급히 후속법안 마련돼야"
"사법당국 현명한 판단 필요…헌재의 헌법불합치, 낙태 무제한 허용한다는 의미 아냐"
36주 된 태아를 낙태한 경험담을 올린 유튜브 영상이 조작이 아닌 사실로 드러난 가운데 경찰은 해당 유튜버와 수술이 이뤄진 병원 원장을 살인 혐의로 입건했다. 법조계에선 현행법 상 태아가 모체(母體) 밖으로 나왔을 당시에 살아있었다면 살인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이를 뒷받침 할 수술실 내부 CCTV나 의료기록 등 핵심 증거가 없어 살인죄 적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처벌 규정이 사라진 뒤 입법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관련 후속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날 "'임신 36주 차 임신 중지(낙태) 수술' 영상을 올린 유튜버가 수술받았던 병원 압수수색을 통해 태아가 사망했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영상 게시자를 찾기 위해 유튜브 본사인 구글에 압수수색 영장을 보냈으나 정보 제공을 거절당했다. 이에 유튜브 및 쇼츠 영상 등을 정밀 분석하고 관계기관 협조를 받아 유튜버와 수술을 한 병원을 특정했으며,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압수수색을 벌였다.
유튜버는 지방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이며 병원은 수도권에 소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튜버는 이미 두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고 낙태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지인을 통해 수술할 병원을 찾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태아 생존 여부와 관련해선 경찰이 병원 압수수색을 통해 현재 생존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수술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해선 신속하고 엄정하게 관련자 조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행법상 낙태 처벌 규정이 없고 보건복지부에서 살인 혐의로 수사 의뢰를 한 만큼 일단 두 피의자의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의료법 전문 이동찬 변호사(더프렌즈 법률사무소)는 "산모의 뱃속에서 사산시킨 뒤 적출했다면 낙태, 태아가 모체(母體) 바깥으로 나왔을 당시 살아있었다면 살인죄에 해당한다. 살인죄가 성립하려면 태아가 출산 당시 생명반응이 있었고 살아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며 "해당 사건에선 수술실 내부에 CCTV가 없었던 까닭에 의료진과 환자의 증언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최선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증거가 없다면 36주의 태아도 사람에 준한다고 보고 출산이 임박한 상태에서의 고의 낙태는 살인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기소한 뒤 법원의 판단을 받아 봐야 할 것이다"고 부연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앞서 제왕절개 수술로 살아서 태어난 34주 태아를 의사가 물에 넣어 질식사시킨 사건이 유죄를 받은 판례가 있다. 당시엔 관련 증거가 충분해 혐의 입증이 쉬웠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CCTV, 진료기록 등 사실상 증거가 없는 상황이라 적용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산모 혹은 의료진의 진술 그리고 산모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 분석 등을 통해 태아가 출산 이후 살아있을 때 살해됐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임신 24주를 넘어가는 낙태는 모자보건법상으론 불법이지만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낙태죄 자체가 사라지면서 처벌 규정이 없어졌다. 이후 관련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입법공백 상태가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처벌 규정이 사라진 까닭에 유튜브에 만삭의 산모가 낙태 경험담 영상으로 올리는 비윤리적 행위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우선 의료진이 작성한 진료기록을 보고 수술 당시에 산모의 컨디션과 낙태를 하게 된 사유 등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이후 현재 입법공백 상태인 까닭에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낙태를 무제한 허용한다는 취지는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