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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두 국가론' 일파만파…"북한 핵 쏠 명분 높일 수 있다"


입력 2024.09.23 00:00 수정 2024.09.23 00:21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임종석 "통일 포기…두 개의 국가 수용하자"

대통령실 "'반헌법적' 발언" 與 "지령 받았나"

"두 국가라 해서 평화적으로 살겠단 말 아냐

핵을 쏘는데 더욱 거리낌이 없어질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이 개발한 7.62㎜ 저격수보총과 5.56㎜자동보총을 비롯한 저격무기를 살펴보고 생산 방향 등 중요과업을 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 제도화로 인한 파장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문재인정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의 "통일하지 말자"는 발언이 더해지면서 정치권이 들썩거리고 있다. 적대적 두 국가론을 수용하자는 그의 주장에 맞서 용산과 여당은 물론 야당 일각까지 통일을 포기해선 안된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중심으로 날선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북한은 다음 달 7일 남쪽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적대적 두 국가론'의 제도화 마무리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임 전 실장은 이에 발맞춰 '통일하지 말자'는 주장을 내놨다.


임 전 실장은 지난 19일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하지 말자"고 주장하며 "통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은 한반도와 부속 도서 전역을 우리 영토로 규정한 헌법 제3조도 삭제하자는 주장도 내놓았다. 한반도 북부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그냥 내주자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이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는 한편, 선제적으로 그들의 소위 '헌법' 개정을 지시했다.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영토·영해·영공 조항을 신설해 주권 행사 영역을 규정하고, 통일과 관련된 표현은 모두 들어내라고 주문했던 바 있다.


임 전 실장의 발언으로 정치권은 떠들석해졌다. 대통령실에서는 '반헌법적' 발언이라고 꾸짖었으며 여당은 '통일하지 말자는 지령을 받았느냐' '북한에 굴종하자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설익은 발상'이라며 그의 주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냈다.


정치권에서도 보수·진보를 떠나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진 만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한의 '무력 통일' 야욕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단 점에서다. 대통령실에서도 "북한이 지금 통일론을 접고 2개의 국가를 주장하는 이유는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크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통일에 대해 자신감이 줄어서이지, (적화)통일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전성훈 경민대학교 겸임교수는 "'지금 러시아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땅을 합치듯, 두 국가라고 해서 북한이 평화적으로 살겠단 얘기는 아니다. 남한을 군사적으로, 유리한 국면에서 언제든 도발할 수가 있는 것"이라며 "이 '두 국가' 선언은 '무력 통일'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얘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국가론'을 통해 북한이 핵을 쏠 명분 또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 교수는 "김일성 정권 때는 '어떻게 같은 민족인데 핵을 쏘느냐. 핵무기는 민족을 보호하는 것'이란 얘기를 했고, 여태까지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어도 우리 같은 민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런 논리에서 일부 우리 사회 사람들은 '북한이 우리에게 핵을 쏠 일은 없다'고 얘기했으나, 이제 그게 바뀌는 것"이라며 "같은 민족이 아니라 선언하고 두 국가가 됐으니 북한이 핵을 쏠 가능성, 명분은 더 높아진 것이다. 그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를 표했다.


또 "남북한 간 긴장이 고조돼 북한이 핵을 써야 되겠단 판단을 내릴 때 북한이 주민들에게 설명하기 쉬워지는 것"이라며 "통일의 상대가 통일할 수 있는 같은 민족이 아니기 때문에 핵을 쏘는 데 더 거리낌 없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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