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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핵보유국' 발언에 정치권도 들썩…미국 속내는


입력 2025.01.23 00:30 수정 2025.01.23 00:30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트럼프, 임기 첫날부터 北 '핵보유국'으로 지칭

엇갈린 정치권 반응…與 "핵무장론" 野 "'북미 대화' 신호"

'비핵화' 흔들? 섣부른 전망일 수도…"세심히 들여다 봐야"

"정부, '완전한 비핵화' 최종 목표로 미국과 협상 도모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첫날부터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 지칭하면서 한반도 외교안보 지형에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이 '북한 비핵화'를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권에서 엇갈린 해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 또한 북한이 핵보유국이란 사실을 쉽게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을 짚으며,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무관하게 비핵화 목표를 지속적으로 견지할 필요가 있단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한 것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취임식 후 기자들과 만나 "난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며 "그는 이제 뉴클리어 파워다. 내가 돌아온 것을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계기로 미국을 방문한 국민의힘 방미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자체 핵무장론'을 한껏 부각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미국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지금, 우리의 선택지는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자체 핵무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윤상현 의원은 미국 현지에서 "트럼프 취임 후 북미 대화가 시작되고 (핵 폐기가 아닌) 핵 동결이 되면 한국에는 악몽이다. 한국 여론의 70%가 자체 핵무장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핵 잠재력 보유가 지금 시점에서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 아닐까 싶다"고 의견을 더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북미 대화' 재개 신호로 판단하며 긍정적인 기대를 드러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중단된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표명한 것을 환영한다"고 했으며,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을 용인하겠다는 건 아니지 않느냐. '쟤네가 핵을 가진 것 같아'라고 한 것 아니냐"라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 역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과도한 해석을 자제하면서, 비핵화 목표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국방부·외교부·통일부 등은 비핵화라는 원칙 아래 긴밀한 한미 협력 체제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우려 확산된 '한반도 비핵화' 목표
"Nuclear Power' 의도 면밀한 해석 필요"


한반도 비핵화 목표가 자칫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공통적으로는 그의 발언 의도를 보다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우선 미국 정부가 북한을 'Nuclear Power'라고 지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고 보는 것은 확대 해석일 수 있단 지적이 따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Nuclear Power'는 영어로 편안하게 핵을 가진 북한을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이다. 물론 정책결정권자가 더 신중한 표현을 쓰는 건 맞지만, 더욱 명확한 표현은 'Infact'(사실상) 혹은 'Illegal'(불법적인)이란 표현이 덧붙여져야 한다"며 "트럼프가 정교한 사람도 아니고, 이러한 표현을 썼다 해서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입장에서도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를 인정할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이 핵 보유를 공식 인정한 5개국'(nuclear weapon state·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자체가 심각하게 손상될 수 있단 점에서다.


박 교수는 "NPT가 손상될 경우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핵무장을 하겠단 국가가 불같이 일어날 수 있어 굉장히 크고 심각한 의미"라며 "이러한 파장이 얼마나 중대할지 트럼프가 모를 리 없고, 중국과 러시아도 이를 강력히 반대할 것이기에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기는 어렵다"이라고 주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트럼프의 발언을 더욱 세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가 비공식적으로 북한을 핵 보유국이 생각하고 이 상태에서 협상을 한다면 이게 군축 협상인지, 아니면 비핵화 중간 단계 협상을 가정하고 있는 건지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단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명확히 유지하며 미국과 소통과 협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양 교수는 "북미 간 합의 내용과 협상 시점, 의제에 대해 한미 간 긴밀히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체적으로, 핵 동결 이후 민간 부분 제재 완화와 같은 실질적인 진전 방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비핵화를 포기하는 순간 대화와 협상의 가능성은 사라지며, 군사적 대응만이 남게 돼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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