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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요구 이어지던 ‘김호중 소리길’은 현재 [연예인 거리, 빛과 그림자③]


입력 2024.09.27 07:54 수정 2024.09.27 07:5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김천 관광객 140% 증가...지난해에만 관광객 15만명

김호중 구속 이후에도 팬클럽 중심 관광객 여전

"주변 지역 명소, 김호중 때문에 불명예스러운 장소 될까 우려"

“김호중 소리길 인근에 학교가 많잖아요. 아이들이 혹시나 배우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경북 김천시 한일길 9-2. 2021년 김호중이 졸업한 김천예고와 벚꽃 명소인 연화지를 잇는 100m 거리에 김천시가 조성한 ‘김호중 소리길’이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혈세 2억원이 투입된 이 거리 인근 상점의 매출은 급상승하고 1년 만에 김천의 관광객은 140% 이상 늘었다. 팬들 등 지난해에만 무려 15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초입엔 김호중 소리길의 시작을 알리는 대형 조형물이 설치됐고, 주택이나 상가 외벽은 벽화와 스토리보드 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곳을 방문한 팬들의 방명록도 곳곳에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다. 아이돌 굿즈샵을 연상케 하듯, 김호중의 팬덤 고유 색인 보라색으로 가득한 상가, 아리스(팬덤명)가 운영하는 카페도 운영되고 있고 팬들이 쉴 수 있는 쉼터도 조성돼 있다. 도보 10분 내외로 이곳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하지만 김호중이 최근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내고 운전자 바꿔치기를 하는 등 시치미를 떼다가 구속되자 김호중 소리길의 철거를 요구하는 시민의 요구가 거셌다. 김천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엔 당시 ‘아이들에게 유해한 김호중길 철거 요청’ 등의 게시물이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김호중의 모교인 김천예고는 교내 쉼터 누각에 단 ‘트바로티 집’ 현판과 김호중 사진 등을 재빠르게 철거했다. 이 정자는 2020년 김천시가 교육여건 지원사업으로 학교 측에 2417만원을 지원해 약 28㎡(8.5평) 규모로 설치됐다. 당초 학생 휴게시설 용도로 설치됐으나 학교 측이 ‘트바로티 집’으로 이름 짓고 김호중의 사진과 자료 등을 비치했다.


다만 김호중 소리길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자가 찾은 평일, 김호중 소리길에는 인근 중,고등학교에서 하교하는 학생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었다. 김호중 소리길을 방문한 관광객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다만 주말엔 여전히 수백명의 팬들이 단체로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연화지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A씨는 “여전히 김호중 팬들이 주말마다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로 방문하고 있다. 당장 이번 주말에도 200명이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논란 이후 사람이 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오히려 콘서트 등에서 김호중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 이곳을 방문해 대리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많은 팬이 방문하고 있음에도 거리는 잘 정돈되어 있었다. 소리길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B씨는 “철거 요구가 빗발쳤던 만큼, 이곳이 없어지지 않을까 우려해서 팬들이 올 때마다 거리를 신경 써서 관리하는 듯한 모습도 있었다”면서 “팬들이 사실상 중장년층이기 때문에 논란에 대해 크게 괘념치 않고 이곳을 찾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학생들과 학부모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김호중 소리길 인근에는 김천예술고등학교를 비롯해 한일여자중·고등학교, 금룡초등학교, 김천생명과학고등학교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날 자녀의 하교를 돕기 위해 소리길을 찾은 학부모 C씨는 “김호중의 팬은 아니었지만 처음 이 길이 조성됐을 땐 삭막하던 길이 화사하게 꾸며져 반가운 마음이 컸다”면서 “그런데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의 얼굴이 마치 ‘위인’처럼 곳곳에 새겨졌다고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이 크다. 특히 아이들이 음주운전 등의 범죄를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기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일여자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D씨는 “김호중이 저지른 범죄는 결코 가볍다고 생각되지 않지만 김호중 소리길을 찾고, 즐기는 대상이 애초에 학생들이 아니라 팬덤이었던 만큼 김호중 소리길이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우리 지역에 연화지와 같은 명소가 김호중이라는 한 명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불명예스러운 곳으로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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