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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다 살아난 원전기업, 다시 밟아야 속이 시원한가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4.09.25 11:58 수정 2024.09.25 13:0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산중위 소속 범야권 의원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증인 채택 추진

문재인 정부 '탈원전'으로 고난 겪었는데…체코 원전 '헐값 수주' 공세 희생양

20일(현지시간)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체코 플젠)에서 진행된 ‘한국·체코 원전 전주기 협력 협약식’에 윤석열 대통령(왼쪽 첫번째)과 체코 페트르 피알라 총리(오른쪽 첫번째)가 임석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두산에너빌리티 박지원 회장, 한국수력원자력 황주호 사장, 두산스코다파워 다니엘 프로차즈카 최고운영책임자(COO). ⓒ두산에너빌리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내달 열리는 국정감사에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의 증인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국감 증인 채택은 기업인들에게 썩 달갑지 않은 일이다. 어떤 증인이든 의원들이 칭찬하려고 부르는 일은 없다. 진짜 궁금한 걸 물어보기 위해 불렀다면 매우 다행이고, 보통은 불러다 앉혀 놓고 면박을 주기 일쑤다.


더구나 증인 채택을 추진 중인 야당 의원들은 박 회장에게 매우 가혹한 역할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체코 원전 계약의 헐값 수주 의혹을 확산시키기 위한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박지원 회장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동생이자, 두산그룹 부회장이기도 하다. 두산그룹은 이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으로 피해를 본 대표적인 기업이다.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기껏 키워놨던 원전 사업이 ‘올스톱’ 되면서 계열사들이 줄줄이 힘들어졌고,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와 같은 알짜 계열사까지 팔아 치우는 ‘눈물의 구조조정’을 했다. 그 결과 그룹 규모는 쪼그라들었고, 재계 서열도 낮아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그룹 내에서도 ‘탈원전’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전신인 두산중공업은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의 수주가 줄줄이 무산되며 7조원 가량의 매출을 날렸고, 대규모 희망퇴직과 함께 1조원의 긴급 금융지원까지 받아가며 연명해야 했다.


그런 아픈 과거가 있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장이 국회로 불려가 감수해야 할 ‘면박’의 주제는 또 다시 ‘원전’이다.


범야권은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주축으로 두산에너빌리티 등 민간 기업이 가세한 ‘팀 코리아’가 총 사업비 24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헐값 수주’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체코의 한 투자기관이 ‘한수원이 제시한 원전 건설비용이 비현실적이며, 공사비가 3배 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자 기다렸다는 듯이 현 정부의 치적 물어뜯기에 나선 것이다.


박 회장이 국감장에 불려갈 경우 체코 원전 계약의 헐값 수주 의혹을 확산시키려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시달릴 게 확실시된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그룹이 재도약할 절호의 기회인 체코 원전 수주가 ‘헛발질’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도록 강요당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범야권에게 이번 체코 원전 수주가 최종 계약으로 이어지고,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내는 일이 절대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들이 여당이었던 이전 정권에서 본래의 사상적 기조였든 영화 한편 보고 감명을 받아서였든 탈원전은 상징성이 큰 정책이었다.


가뜩이나 친환경 정책의 모범사례로 제시해 온 유럽 주요 국가들이 속속 ‘탈탄소’를 위해서는 원전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탈원전이 옳았다는 그들의 주장은 궁색해진 형편이다. 탈원전의 마지막 보루인 독일조차 세계 2위 원전 강국인 프랑스로부터 전기를 사다 쓴다는 게 널리 알려지며 더 이상 내세울 사례도 없다.


무엇보다, 바닥을 기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체코 원전 수주 효과로 반등하는 상황은 범야권에게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일 것이다.


그런 그들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정치 놀음의 와중에 수년 간 생지옥을 맛본 뒤 이제야 재도약의 희망을 갖게 된 기업의 수장을 불러다 놓고 ‘자아비판’을 시키며 자존감을 밟아 놓는 일은 용납될 수 없다.


그동안 국감장에서의 ‘기업인 면박 주기’가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번 사안은 차원이 다르다. 더 이상 정치판의 움직임에 기업이 죽고 사는 일은 없어야겠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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