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무섭기도 해…악역이든 뭐든 매력적인 역할은 하고파”
첫 주연작에서부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명장면을 탄생시킨 ‘유어 아너’의 배우 허남준은 ‘아직 두려워서 반응도 잘 못 보겠다’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슛만 들어가면 돌변한다’는 선배 배우 김명민의 말처럼, 자신의 연기관과 포부를 밝힐 때만은 진지하고, 당찬 모습을 보여준 허남준은 ‘유어 아너’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입증했다.
허남준은 아들의 살인을 은폐하는 판사 송판호(손현주 분) 아들의 살인범을 쫓는 무자비한 권력자 김강헌(김명민 분)의 이야기를 담은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유어 아너’에서 김강헌의 첫째 아들 김상혁을 연기했다. 아버지 김강헌의 난폭함과 잔혹함을 쏙 빼닮은 아들로, 동생을 죽인 살인범을 쫓는 과정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사건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게 했다.
‘유어 아너’의 초반, 동생의 장례식에서 기자들을 만난 김상혁은 “생명의 가치, 사람마다 가치 달라요. 상현이 죽이고 도망간 놈 가치 얼마였을까요?”, “법은 피해자가 사망한 뺑소니 사건으로 보겠죠.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들개 새끼가 사람을 물어뜯어 죽이면 산 전체를 뒤져서라도 들개무리들을 소탕합니다. 그게 정의죠”라는 과감한 대사를 내뱉으며 ‘유어 아너’의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허남준은 이 장면에서 담배를 피우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등 김상혁의 거침없는 면모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해 내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이후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폭행, 살인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김상혁의 전사부터 차근차근 그려나가며 ‘입체적인’ 악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새엄마와 가족이 됐지만, 아버지는 신경을 써주진 못하셨다고 여겼다. 삭제가 됐지만, 임신을 한 상태로 마지영이 들어오는 장면이 있었다. ‘얘가 이렇게 커서 이렇게 됐다’는 설명이 있었는데, 못 찍게 됐다. ‘나는 쟤까지 책임질 수 없다’는 말을 하는 장면도 있었다. (김상혁의) 시작 자체가 결핍이었다. 그렇게 컸다고 해서 모두가 그런 짓까지 하는 건 아니지만, 자기 말 한마디로 뭔가를 다스리는 권력을 경험해 본 인물이라는 점이 달랐던 것 같다. 재벌 3세처럼 태어났고, 불안한 상태에서 그 권력의 장점을 느낀 것 같다. 자극적인 행동으로 나를 보여주는 게 그의 인생에서는 전부였을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그러다가 괴물이 된 것 같다.”
이에 극 초반에는 김상혁이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동생에게는 약한 면모를 드러내는 등 입체적인 면모에 시청자들의 호응이 이어지기도 했다. 다만 후반부 그가 송판호의 아내에게 마약을 투약한 후 성폭행했다는 설정이 드러나면서 ‘설정이 너무 독하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허남준 또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주어진 대본을 더 잘 소화하는데만 신경을 쓰며 캐릭터를 이해해 나갔다.
“저는 결국 주어진 대로 연기를 해내야 했다. 계속 감독님께도 여쭤보기도 했고. 어려웠다. 상혁이라는 인물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에겐 우원그룹이 세상에서 최고이고, 사실 이미 전부터 나쁜 놈이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망가뜨리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어디까지 사람이 착할 수 있을까. 그 심리였다고 생각했다.”
쉽지 않은 캐릭터는 물론, 배우 손현주, 김명민 등 연기력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베테랑 선배들과 연기하는 것도 허남준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땀을 흘리며 긴장하기도 했다는 그는 이 경험을 바탕 삼아 조금 더 여유를 찾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인물에 정서적으로 몰입이 돼도 현장에선 잘 안 될 때가 있다. 작품과 시기마다 내 긴장도가 달라지기도 하는데, 이번엔 모든 것이 새롭고 처음이었다. 매번 땀을 흘리고,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긴장이 되더라. 이게 앞으로의 숙제인 것 같다. 기복을 줄이고 싶다.”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도 아직은 그에게 낯설었다. ‘댓글도 두려워서 잘 보지 못한다’고 말할 만큼 ‘유어 아너’, 그리고 김상혁을 향한 반응이 익숙하진 않지만 지금처럼 ‘매력적인’인물로 시청자들과 자주, 또 가깝게 만나고 싶은 바람이었다. ‘연기’라는 중심을 놓치지 않는 것이 허남준의 ‘소신’이었다.
“무섭기도 하다. 갑자기 아무것도 모르는 세상에 뚝 떨어진 것 같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조심해야 할까. 다만 그럴수록 내가 원래 하던 것들에 더 집중을 해야 할 것 같다. 결국엔 연기지 않나. 그런 것들이 다 처음이라 낯설어서 그런지 무섭더라. 항상 바라던 것이긴 하다. 늘 꿈꾸던 것이지만, 막상 오니까 무섭더라. 악역이든 뭐든 매력적인 역할은 하고 싶다. 도전을 해보고 싶다. 다른 결의 악역도 있을 수 있지 않나. 다른 느낌을 내는 맛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