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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압박에 고민 깊어지는 고려아연…11일 가격 인상할까


입력 2024.10.10 14:08 수정 2024.10.10 15:05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오는 11일 고려아연 분수령…기간 연장 없이 가격 조정 가능한 마지막 날

MBK “추가 인상 없다” 선언…고려아연 추가 인상 견제·동일 가격에 유리

고려아연, ‘자사주 소각’ 통해 명분 강화·적법성 강조로 사법리스크 해소

고려아연 홈페이지. 고려아연 홈페이지 캡처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추진한 MBK파트너스가 돌연 ‘가격 인상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고려아연의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표면적으로는 양측의 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모양새지만 고려아연의 셈은 더 복잡해졌다. MBK 측의 선언이 사실상 ‘기업가치 훼손’을 내세워 고려아연의 가격 인상 명분을 뒤흔드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격이 같은 현재 상황에서는 공개매수 종료일이 더 늦은 고려아연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시각 아래 자사주 소각으로 명분을 강화해 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11일까지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 상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연장 없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분수령을 앞두고 고려아연은 장고에 들어갔다. 지난 7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제리코파트너스는 이사회를 열고 영풍정밀 공개매수 관련 결정을 논의했지만, 결과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조정 기한이 남은 만큼 MBK 측에 최대한 전략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신중 모드’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MBK가 양측의 추가 인상 경쟁이 이어질 것이란 업계의 예상을 뒤엎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MBK는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 측 자기주식취득 공개매수 가격 인상이나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 가격 인상 여부에 상관없이, MBK는 고려아연 및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MBK는 현재 가격이 적정가치 대비 충분히 높은 가격이라며 이 이상의 가격경쟁은 기업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MBK 측과 고려아연 측의 고려아연·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는 각각 83만원, 3만원으로 동일하다.


해당 결정은 금융감독원의 경고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례적으로 금융당국이 강경하게 나서자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8일 과열 양상을 보이는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대해 엄정한 관리·감독과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또한, 고려아연의 추가 인상할 명분을 희석시키려는 목적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MBK는 추가적인 공개매수 가격경쟁이 고려아연 및 영풍정밀의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속내에는 고려아연이 추가 인상 시 ‘기업가치 훼손’이라는 공격이 가능해지고 동일 가격이란 조건에선 공개매수가 먼저 종료되는 MBK 측의 공개매수에 투자자들이 응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MBK 측의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 종료일은 오는 14일로, 고려아연보다 각각 9일, 7일 빠르다.


이에 고려아연은 진정으로 기업가치를 위한다면 공개매수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또 다른 시세조종 등 시장질서 교란 행위”이라고 판단하면서 “회사의 적법하고 유효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고려아연 측은 추가 가격 조정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에서는 고려아연이 패배할 가능성이 커 상향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려아연은 가격 인상을 강행하는 대신 ‘자사주 소각’을 통한 명분을 강화해 MBK 측의 비판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다. MBK의 발표에도 가격 인상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자사주 공개매수 및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하겠다는 약속을 강조하고 있어 가격 상향 의지가 있는 것으로 읽힌다.


동시에 MBK 측이 제기한 사법리스크도 해소하려는 전략이다. 고려아연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한 적법성을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재차 제기한 ‘재탕’ 가처분신청은 단순한 심문기일일 뿐”이라며 “당사의 자사주 공개매수의 불확실성을 키우려는 의도”라고 언급했다.


앞서 영풍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는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공개매수절차중지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법원은 지난 2일 해당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으나, 영풍 측이 바로 다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을 내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한 1차 심문기일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이 종료되는 이달 23일 이전인 18일로 예정됐다.


고려아연은 회사가 조달한 차입금을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중략) 따라서 상법 제341조 제1항 단서는 자기주식 취득가액의 총액이 배당가능이익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할 뿐 차입금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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