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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보다 높였다…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가 7.2·16.7%차 ‘승부수’


입력 2024.10.11 11:07 수정 2024.10.11 12:03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고려아연, 자사주·영풍정밀 공개매수가 각각 89만원·3.5만원으로 인상

MBK 제시 가격보다 각각 6만원·5천원 더 높아…기간은 MBK가 유리

가격경쟁 종지부…자사주 매수 적법성·자사주 소각 강조로 명분 강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과 장형진 영풍 고문. ⓒ각사

고려아연 측이 자사주·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크게 높이면서 경영권 수성을 위한 ‘마지막 주사위’를 던졌다. 이번 가격 상향 조정으로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가는 MBK파트너스·영풍보다 각각 6만원, 5000원 높아졌다.


앞서 MBK 측은 공개매수가를 유지하기로 한 바 있어 양측의 가격경쟁은 일단락됐다. 이로써 기간 면에서는 MBK 측이, 가격 면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유리해졌다. 가격경쟁이 종료된 만큼 앞으로 양측은 명분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오는 23일까지 진행하는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정정했다. 최대 매수 물량도 기존 18%에서 20%로 확대했으며 이에 따라 취득 예정금액은 기존 2조6635억원에서 3조2245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날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 연장 없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이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도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기존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인상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7일에 열린 이사회 결과를 이날 공개한 것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 승부처로 여겨진다. 고려아연의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정밀의 지배권을 MBK·영풍이 최 회장 측으로부터 빼앗아오게 되면 사실상 고려아연 의결권을 3.7% 확보하는 셈이 된다.


여러 부담을 무릅쓰고 큰 폭의 공개매수가 인상을 단행한 것은 고려아연 측의 위기감과 절박함이 컸음을 보여준다. 금융감독원의 우려와 MBK 측의 명분 뒤흔들기에 맞서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강경한 경고에 나선 바 있다. 지난 8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양측의 공개매수 경쟁 과열로 투자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해 규제기관으로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런 경고를 수용해 MBK 측은 고려아연·영풍정밀 추가 인상이 없다고 못 박았다. MBK 측은 현재 가격이 적정가치 대비 높은 가격이며 추가 가격경쟁은 고려아연·영풍정밀 재무구조에 부담을 줘 기업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봤다.


여기에 재무구조 부담을 내세워 고려아연의 추가 인상할 명분을 희석시키려는 목적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동일 가격이란 조건에선 공개매수가 먼저 종료되는 MBK 측의 공개매수에 투자자들이 응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기간 면에서 불리한 고려아연으로서는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MBK 측의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 종료일은 오는 14일로, 고려아연보다 각각 9일, 7일 빠르다.


가격경쟁은 종지부를 찍은 만큼 양측은 명분 강화로 투자자들을 설득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려아연은 MBK 측의 기업가치 훼손과 배임 행위 의혹 제기 공격 방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인상을 강행하는 대신 ‘자사주 공개매수에 대한 적법성’, ‘자사주 소각’을 강조해 MBK 측의 비판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이다.


또한,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 후 발생하는 이자에 대해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당사의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에비타(EBITDA)는 약 1조2000억원”이라며 “이번에 공개매수를 위해 차입금을 일으킨 까닭에 이자비용이 늘어나지만, 고려아연은 풍부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보유 중인 금융자산만 매각해도 약 8060억원을 현금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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