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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주년 이재용, '퍼포먼스' 아닌 '빌드업'도 좋다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4.10.25 10:54 수정 2024.10.25 12:19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뉴삼성 선언, 쇄신안 등 공격적 행보 기대 높지만

'제왕적 리더십'보다 '소통의 리더십' 중요한 시대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조직력 강화하는 '빌드업'도 바람직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건설 현장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지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



"이재용 위기극복 메시지 내놓을까."

"이재용 쇄신안에 촉각."

"이재용 뉴삼성 선언, 언제쯤."


오는 27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2주년을 맞는다.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4주기, 그리고 때마침 불어 닥친 삼성 위기론까지 맞물려 이재용 회장에게 임팩트 있는 한마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정 시점을 기해 나오는 총수의 선언적 메시지는 기업 대내외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위기극복, 혹은 도약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에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거나 사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 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선대회장의 1993년 6월 신경영 선언, 1995년 3월 애니콜 화형식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이재용 회장 취임, 취임 1주년, 이건희 선대회장 신경영 선언 30주년, 31주년 등 의미 있는 기념일마다 이 회장의 ‘입’에 시선이 집중된다. 본의 아니게 언론사들이 그에게 ‘선언을 강요’하는 모양새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대적 변화, 그리고 총수 본인이 처한 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그런 식의 퍼포먼스를 요구하는 게 합당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창업 1세대,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2세대까지는 ‘제왕적 리더십’을 발휘할 내부적 여건과, 그걸 긍정적으로 수용할 사회적 분위기가 뒷받침됐지만, 2024년의 상황은 그때와 한참 다르다.


구성원의 상당수가 MZ세대고, 임원 중에서도 MZ세대에 살짝 걸리는 80년대생이 하나 둘씩 등장하는 요즘 시대에 ‘나를 따르라’, ‘돌격 앞으로’ 식의 구호가 구성원들을 위기돌파나 도약을 위해 한마음으로 총력전에 나서도록 하는 동인(動因)이 되긴 힘들다.


수시로 재판에 출석하고, 준법감시위원회의 감시를 받으며, 대국민 사과까지 한 전력이 있는 이재용 회장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공격적 행보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입법(정치권), 사법(법원), 행정(사정당국) 3부 모두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게 이 회장이 처한 현실이다.


축구 경기에서도 중원에서부터 수비수들을 제치고 단독드리블을 해 나가다 골까지 성공시키는 스트라이커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


그보다,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빌드업을 해 나가며 득점 확률을 높이는 게 예측 가능한 성과와 함께 한 시즌을 치를 수 있는 비결이다.


최근 삼성 위기론의 배경으로 여러 요인들이 지목되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소통의 부재’와 ‘나태해진 조직문화’다. 조직 구석구석까지 챙기며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조직력을 강화하는 게 선언적 메시지 한 마디를 내놓는 것 보다 이재용 회장에게 시급한 일일 수 있다.


이는 이 회장이 취임 이전부터 적극적으로 해 온 일이기도 하다. 그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국내외 사업장을 수시로 돌며 경영진 뿐 아니라 젊은 사원들과 소통하고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는 이른바 ‘식판경영’을 2년 넘게 해오고 있다.


이런 행보는 분명 신경영 선언이나 애니콜 화형식만큼 화려하거나 임팩트가 있진 않다. 다만 축구에서의 빌드업이 그렇듯이, 시간은 걸리더라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나가던 삼성이 수세에 몰리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뼈아픈 일이다. 이재용의 화려한 단독드리블 득점을 원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차근차근 빌드업을 해 나가다 안정적으로 골을 넣는 것도 충분히 바람직하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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