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3Q 동반 흑자 달성...연간 흑자 전망도 나와
다만, 줄어드는 발주량과 中 견제 대응책 마련 시급해
국내 조선사들이 최근 2~3년새 수주한 고부가 선박의 매출 인식 본격화로 올해 3분기 동반 흑자를 달성했다. 이변이 없는 한 연간 동반 흑자도 가능할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사들의 호실적을 책임지고 있는 고부가 선박의 수요가 감소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는 올해 3분기 동반 흑자를 달성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 부문 자회사의 선전에 힘입어 3분기 3984억원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256억원, 1199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조선업계의 호실적은 과거 수주한 악성 저가 물량을 완전히 해소한 데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주한 LNG(액화천연가스)·암모니아 운반선 등 친환경·고부가 선박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된 결과다. 업계에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2008년 초호황기 이후 처음으로 2조원을 넘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올 3분기까지도 선사들의 발주가 이어지면서 수주잔고를 든든하게 채운 조선업계는 당분간 이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IMO(국제해사기구)와 EU(유럽연합)의 점차 강화되는 친환경 규제 조치가 친환경 선박 및 선박 교체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선주들이)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 탄소 순배출량 0)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선박으로 교체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면서 "이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선박 교체 수요가 있음을 의미하며, 우리에게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화오션 역시 "미국 대선 이후에도 여전히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신규 LNG 수출 승인이 재개될 경우 LNG운반선 추가 발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삼성중공업도 이러한 수요 덕분에 연간 수주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수주 낭보가 올해 내내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글로벌 신조선 발주량이 감소세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국내 조선업계가 선주들의 넷제로 달성을 이유로 친환경 고부가 선박의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며 내세운 주장과 전면 대치되는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해운·조선업 2025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420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올해(5900만CGT) 대비 29%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의 내년 수주량은 올해(1050만CGT)에서 약 10% 감소한 950만CGT로 추정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LNG선과 컨테이너선의 발주량 감소를 이같은 전망의 주 요인으로 꼽았다. 양 수석연구원은 "카타르 LNG선 프로젝트 2차 계약물량이 올해 상반기에 집중 발주된 이후, 하반기 발주량은 크게 감소했다"면서 " LNG 해운시장의 운임과 용선료까지 하락하며 단기 수요가 위축됐고, 내년에는 큰 폭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컨테이너선 역시 과거 발주된 신조 선박의 대량 인도로 선복 과잉이 우려되고, 2025년까지 암모니아연료추진선의 발주가 본격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발주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 수석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고 있는 주요 선종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과 세계 신조선 발주량 감소가 겹치면서 한국 조선사들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한국의 수주량이 줄어드는 것은 LNG선 등의 수요가 충분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LNG선과 LPG선 등 가스선 시장 외에 기존 우위를 유지하던 대형선 시장에서조차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대부분의 수주를 중국 조선사에 내주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내 조선업계가 기술력과 품질 및 생산능력의 개선을 통한 차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 역시 모든 부문의 기술력 향상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시장의 요구를 파악하고 차별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동의하면서 경쟁력 향상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LNG 선 등 고부가 선박 분야에서도 중국이 결국 국내 조선사를 따라잡긴 할 것"이라면서 "한국 조선사들은 그런 중국보다 앞서 암모니아 등 시장에서 점유율을 선점하고, 상선 외에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한 노력들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