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한도 5000만원→1억원 합의
고금리 찾아 저축은행에 돈 몰릴까
올해 6월까지 예보료도 2690억원
예금자보호 한도가 20여년 만에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저축은행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호 한도가 높아지면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예금을 찾는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5500억원이 넘는 역대 최대의 예금보험료를 내야 했던 저축은행업계로서는 비용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은 이르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예금자보호제도는 금융회사가 파산할 경우, 일정 금액 한도 내에서 고객의 예금을 보호하는 제도다.
20여년 동안 예금자 보호 한도가 5000만원으로 변함이 없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상승이나 선진국과 비교했을때 한도가 낮다는 지적이 꾸준이 제기돼왔다. 금융권에서는 자금이동에 대한 우려나 예보료 상승 등을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분위기가 반전을 맞은 것은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뱅크런 사태가 하반기 새마을금고 위기설로 이어지면서다. 최근 '트럼프 트레이드'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 영향도 있었다. 환율은 치솟고,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예금인출 사태를 염려한 것으로 보여진다.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높아지면 저축은행이 '머니무브'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기준 저축은행의 최고 정기예금 금리는 연 3.85%로 3% 초반인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다. 반면 우체국은 예금자보호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국가가 예금 전액을 보호하지만 예금 금리 수준이 낮다. 새마을금고도 예금자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대신 중앙회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보호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 한도가 1억원으로 높아지면, 저축은행 예금이 최대 40%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신용도가 탄탄한 대형 저축은행들은 40% 이상의 예금 증가율을 보이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예보료는 부담이다. 예보료는 예금보험제도 운영을 위해 예보가 금융회사로부터 걷는 기금으로, 예금자보호제도의 자금 원천이다. 특히 예금자보호법상 저축은행은 예금 잔액 대비 0.4%를 예보료로 납입해야 하는데, 이러한 예금보험료율은 타 업권에 비해 유독 높은 수준이다. 은행 예보료율(0.08%)과 비교하면 5배나 높다.
저축은행 예보료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문이다. 부실 저축은행이 대거 퇴출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한만큼, 금융권 리스크에 대비해 더 많은 부담을 지운 것이다.
이에 지난해 국내 79개 저축은행이 예금보험공사에 지급한 예보료는 총 5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4% 늘었다. 처음으로 연간 예보료 5000억원을 넘어섰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예보료도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예보는 예금을 지급보장하는 268개 금융사에 2023 사업연도 차등평가등급과 예금보험료율을 매겼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9년 만에 적자를 내면서, C+와 C등급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부분 저축은행 예보료가 10% 할증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은 올해 6월까지 약 2690억원의 예보료를 지급했는데, 할증료까지 포함하면 연간 6000억원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그간 금융당국에 예보료율 인하를 지속 건의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는데, 보호 한도까지 상향되면 예보료 증가 부담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최대 1억원까지 예금이 보호된다고 하면, 저축은행의 공신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저축은행은 건전성 관리로 여·수신 영업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새마을금고 등 타 상호금융권에서도 자체적으로 보호 한도를 확대할 수 있어 머니무브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