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착 및 관계 과시 속
국정원, 김정은 방러 가능성 제기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돼야"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북러 간 밀착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양국이 군사협력 및 북한군 파병 등을 정당화하는 일련의 행보들을 통해 글로벌 안보를 위협하면서, 국제정세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과 러시아는 전날 평양에서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이하 경제공동위원회) 제11차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는 지난해 제10차 회의의 의정서 이행 상황을 종합 평가하고 동력·농업·과학기술·보건·관광 등 각 분야에서 다방면적인 쌍무협조사항을 구체적으로 토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코즐로프 장관을 접견하고 청사 밖까지 직접 나와 배웅하는 등 러시아 정부 대표단을 각별히 환대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북러 경제공동위원회 위원장을 면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양국의 밀착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코즐로프 장관과 만난 김 위원장은 러북 신조약 체결 후 각 분야에서 연대와 협력이 더 긴밀해지고 확대·심화했다고 밝히면서 "조로(북러) 친선 협조 관계가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 올라선 데 맞게 정부 간 무역경제·과학기술 교류와 협조를 더욱 폭넓게 촉진시켜 두 나라의 발전을 강력히 추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질서를 뒤흔드는 양국의 행보 속에서 김 위원장의 방러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해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김 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을 제기하며 "앞으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어떤 무기나 장비, 기술을 받아올 지에 대해 밀착해서 주시하도록 하겠다"고 보고했다.
우리 정부는 국제 연대를 통해 해법을 찾아나가고 있다. 5박 8일 간의 남미 순방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두 차례 다자 회의에서 북러 군사 협력 대응을 위한 국제 연대를 강조했다.
APEC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와 북한 간 불법적 군사협력을 강력히 비판하고 국제 사회에 공조를 촉구하고, G20정상회의에서는 러북 군사협력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함께 힘을 모으자고 피력했다.
아울러 이 기간 동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열어 3국 협력 체계를 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는 2년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이들을 견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 강화로도 북러의 변화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자체가 유엔 상임 이사국이자 핵 보유 1위 나라인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이란 점에서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에 그간 큰 힘을 싣지 못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내부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가하면서 전쟁은 오히려 확전 기로에 서게 됐다.
박진기 세종대학교 대우교수·K-정책플랫폼 연구위원은 "국제 연대를 지금껏 안해온 것도 아니다"라며 "러시아와 북한이 동맹관계의 조약을 맺은 상황 속에서 더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본토 내 미사일 공격 허가, 대인 지뢰 사용 허가 등 현 바이든 행정부의 행동들은 우크라이나 영토 수복에 큰 도움이 안될 뿐더러전쟁을 억지로 연장시키는 역할만 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종결되고 북한의 병력과 무기 지원의 필요성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