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양보’란, ‘길이나 자리, 물건 따위를 사양하여 남에게 미루어 줌’, ‘자기의 주장을 굽혀 남의 의견을 좇음’이라고 서술되어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전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떤 아이들은 양보를 너무 어려워해서 부모님의 걱정을 산다. “이기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러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까 봐 걱정돼요”라며 부모님은 걱정을 토로한다.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양보가 어려운 걸까. 양보를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다.
(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아이가 양보를 너무 어려워해요. 이기적인 아이로 클까 봐 걱정이 돼요.
5살 A는 외동으로서 부모님과 양가 어르신의 애정을 듬뿍 받아왔다. 어른들은 A에게 아낌없는 선물공세를 하였고, 모든 것은 A의 것이었다. 또 어른들은 각자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A가 주의를 끌면 곧장 바라보며 웃어주었다. 발달도 빨라서 ‘똑똑하다’며 더욱 총애를 얻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었던 A. 그런데 문제는 유치원 생활을 하면서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유치원에서 A는 친구들과 싸우는 일이나 친구를 울리는 일이 많아졌다. 주로 가지고 놀고 있던 장난감을 양보하거나 차례를 양보하지 못해서, 혹은 경청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하려고 해서 나타나는 문제들이었다. 너무 애정을 퍼부었던 게 문제였을까.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집에서 이제부터라도 엄격하게 예의범절이나 양보를 알려주려 했지만 울먹이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자꾸만 마음이 약해진다.
A의 성향 및 현재 마음상태 등을 알아보기 위해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검사결과: 충동성이 다소 높고 인내력은 낮은 편. 원하는 것은 곧장 얻어내야 하는 아이.
검사 결과, A는 지능이 ‘우수’ 수준으로 평가되어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난다. 학업을 수행하거나 사회적으로 적절한 대처를 고안하도록 돕는 지적 자원이 풍부하게 유지되는 모습이다.
다만 A는 충동성이 높고 기질적으로 인내력은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무언가를 원하는 ‘욕구’ 수준이 높다 보니 원하는 것이 있으면 곧장 얻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기까지 인내하는 것을 매우 어려워하며, 좌절 상황 또한 견디기 어려워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성향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A의 충동성은 어떤 목표를 이루기까지 필요한 집념이나 추진력으로 발달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당장 자신의 욕구 만족을 지연시키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은 아직 매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아직 나이가 어린 A는 주변을 조망하는 시야가 좁은 것으로 시사된다. 이에 어떤 것을 얻고 싶거나 주목받고 싶어 졌을 때는 그 ‘욕구’에만 집중할 뿐, 주변 친구들의 기분이 어떠한지, 현재 분위기가 어떠한지에 대해서 폭넓게 돌아보는 것은 어려울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성향으로 인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또래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분위기를 망치는 경우도 있었을 것으로 고려된다.
검사자 제안 : 양보는 원래 배우는 것.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에 가족 모두 익숙해지기.
양보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배려심’ 혹은 ‘도덕성’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보다는 학습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때문에 양보의 첫 시작은 ‘혼나는 게 무서워서 양보하기’여도 상관없다. 오히려 그것이 자연스럽다. 처음에는 혼나기 싫어서 어색하게 양보하다가, 나중에는 ‘칭찬을 받고 싶어서’ 양보를 하게 되고, 그렇게 ‘습관’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아직 어린 A는 아직 타인과 함께하는 기쁨이 크지 않은 듯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누리는데서 오는 기쁨, 나 자신이 일방적으로 주목받는데서 오는 개인적인 기쁨이 워낙 큰 모습이다. 하지만 여러 제한과 칭찬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도와서 얻게 되는 칭찬’에 대한 동기가 상승할 수 있다. 때문에 A처럼 주목받고자 하는 욕구, 이득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큰 아이라면 ‘양보와 배려’를 했을 때 충분한 칭찬과 작은 보상을 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다.
또한 평소 가정 내에서는 ‘고마워’나 ‘미안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무엇이었건 간에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어떤 것을 건네받을 때 ‘고마워’라고 말하고, 상대방이 사용 중인 무언가를 가져갈 때는 ‘잠시만’, ‘미안해’라고 하는 것이 습관이 되도록 도와주자.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가정 내에서 온 가족이 ‘고마워’와 ‘미안해’를 자주 사용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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