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테라퓨틱 등 공모가 하향 후 재도전 나서
위축된 투자 심리에 시장 친화적 접근 전략
서울보증·케이뱅크 등 대어도 동참 가능성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 부진에 더해 최근 비상계엄 조치 이후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의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상장 계획을 아예 내년으로 미루거나 공모 흥행을 위해 몸값을 낮추는 재도전 기업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오름테라퓨틱은 지난 23일 금융위원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오름테라퓨틱스가 지난달 29일 기관투자 대상 수요 예측 이후 공시 계획을 철회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오름테라퓨틱스는 공모가를 기존 3만~3만 6000원에서 2만4000~3만원으로 낮추고 공모 물량은 기존 300만주에서 250만주로 줄였다. 이는 공모가와 공모 물량을 축소함으로써 시장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난달 수요 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했던 축산물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미트박스글로벌 또한 지난 12일 증권신고서를 내고 코스닥 재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공모주는 총 100만주로 이전과 같지만 주당 공모 희망가를 1만9000~2만3000원으로 기존(2만3000~2만8500원) 대비 약 17% 가량 낮췄다.
하반기 들어 IPO 시장의 위축이 지속되는 가운데 공모가를 당초 설정 수준보다 낮춰 잡는 새내기주들이 늘어나면서 상장에 재도전하는 기업들도 시장 친화적인 접근에 나섰다는 진단이다.
최근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으로 인한 경제 둔화, 미국 도널드 트럼트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리스크로 국내 주식시장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달 초 계엄령 여파까지 겹쳐 투자 심리가 그게 쪼그라들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진 종목은 전체 76개 가운데 53개(69.7%)로 집계됐다.
이렇게 공모 및 상장 이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달과 이달 들어 공모가를 희망공모가 하단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책정해 ‘공모가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곳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실제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인 온코크로스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를 희망범위(1만100~1만2300원) 하단 아래인 7300원으로 확정했다. 이에 지난 9~10일 양일간 진행한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는 1313:1의 경쟁률, 1조7048억원의 증거금을 모으는 등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같은 기간 기관 수요 예측을 한 신약 연구개발 전문기업 온코닉테라퓨틱스도 공모가를 희망밴드(1만6000~1만8000원) 아래인 1만3000원으로 내리기도 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일반 청약에서 경쟁률 92대 1, 2300억원의 증거금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에 상장을 철회하기는 했으나 재무적투자자(FI)들의 투자금 회수 등을 이유로 상장을 더 이상 미루기 힘든 기업들을 비롯해 몸값을 낮춰서라도 시장에 진입하려는 곳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조(兆) 단위 IPO 재수생 중 서울보증보험과 케이뱅크 등도 공모가 하향 조정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져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주가 변동 폭이 확대되면서 IPO 시장 내에서도 종목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면서 공모가 상단 이상 확정 비중은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 향후에도 이러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