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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솔로몬의 판결’ 기회 놓친 것 아닐까


입력 2024.12.27 08:08 수정 2024.12.27 10:21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재명의 권한대행 탄핵, 한덕수의 재판관 임명 거부 다 잘못

韓, 민주당 악법은 거부하고 국회 몫 재판관은 임명했어야

우원식, ‘권한대행은 200명이 정족수’란 상식 무시할 권리 있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국민담화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청사사진기자단

이재명도 잘못이고 한덕수도 잘못이다.


국가와 국민의 불안은 안중에 없고 오직 하루빨리 대권을 따내려는 욕심에 취해 있는 그의 당이 마구잡이로 벌이는 탄핵 짓은 말할 것 없지만,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의 납득이 잘 안되는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조건부 보류)도 비판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덕수는 나라 망치는 포퓰리즘 악법들은 거부를 소신껏 잘했다. 그 이유 설명도 다수 국민을 납득시키기에 충분한 논리와 진정성을 보였다. 종래 침묵 일변도나 한두 마디로 대응하다 기계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식을 보인 윤석열의 대통령실과는 자세와 수준이 달랐다.


“특검법 처리, 헌법재판관 임명처럼 법리 해석과 정치적 견해가 충돌하는 현안은 여야가 타협, 협상해야 한다. 양곡법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국회증언감정법은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오로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심을 하게 됐다.”

법안 거부만 이렇게 하는 것으로 끝났으면 참 좋았을 뻔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을 추가하는 임명 건은 거부나 보류하지 않고 바로 했으면 좋았다. 그랬다면 매우 깔끔하고 ‘솔로몬의 판결’이란 말을 들을 수도 있었다. 아깝게도, 그는 이 기회를 놓친 것 같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상식이다. 국회 몫 추천자들을 재가하는 것이니 ‘소극적 권한 행사’라고 봐야 옳다. 여야가 합의를 안 해서 할 수 없다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전념하되, 헌법 기관 임명을 포함한 중대한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다. 불가피하게 행사해야 한다면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관례라고 생각한다.”

거부하기 위한 변명으로 들린다. 180석 가진 민주당이 언제 여당과 합의해서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 포함 장관급들을 탄핵했는가? 한덕수는 이 대목에서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그가 이 거부로 공직 생활을 몇 달 일찍(어차피 내년 상반기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그는 물러난다) 마감하게 된다면, 말 같지 않은 ‘마지막 소임’을 다하려다 탄핵당한 ‘최초의 탄핵 권한대행’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것이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윤석열 5개 정부에서 장수한 평생 관료 한덕수의 한계로 보인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은 여당만 제외하고 여야 의원, 원로, 대선 주자, 헌법 전문가들이 대부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라고 보는 권한이라는 의견이다.


권영세-권성동의 국민의힘 108명 의원들(이중 몇 명은 임명 찬성 견해지만)과 한덕수가 헌재를 현재의 6인 체제로 계속 끌고 간다고 해서 윤석열 탄핵 인용이 늦어지거나 안 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어떻게든 내년 4월 18일(6명 중 2명의 임기 만료일) 전에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유일한 가능성은 6명 중 1명이라도 급환이나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다. 그러면 5명으로 감소, 의결정족수가 무너져 인용 결정을 못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면, 그때는 권한대행(한덕수 탄핵 후 경제부총리 최상목)이 국회 몫 재판관 3명을 즉시 임명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헌재(헌법재판소)가 (계엄 선포의 위헌성이 충분한) 윤석열을 파면시키지 못 할 일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이런데도 국힘은, 한덕수도 결과적으로, 윤석열 정치생명을 억지로 연장하려 애를 썼다는 말을 듣지 않을 수 없게 될 행동을 하고 있는건 아닌가 싶다. 어리석어 보이는 일이다.


문제는 민주당의 총리(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이 대통령 탄핵처럼 간단하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의결정족수 때문이다. 야당의 의결과 국회의장의 선포가 효력을 당장 얻지 못하는 혼란이 예상된다.


총리 시절 일로 탄핵하면 151명(과반수), 권한대행 일로 탄핵하면 200명(3분의 2)이 정족수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는 명백히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이므로 대통령과 같이 국회의원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 간단한 헌법 해석을 놓고 여야 간 정파 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사심(私心) 때문이다. 우원식도 이런 사심으로 민주당 편을 들어 한덕수 탄핵소추안 의결을 선포할 것인가? 그에게 그런 권리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총리실과 여당은 즉각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과 탄핵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들어갈 것이고, 한덕수는 안 나가고 최상목은 야당 등에 떠밀려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취임 준비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처지에 서게 된다. 2024년 세밑 나라가 극도로 어지러워지게 됐다.


한덕수의 막판 소신이 빌미를 제공할 수 있지만 결국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 탈피 목적의 조급한 대권욕이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드는 무리한, 헌법 해석에 맞지 않는 줄 탄핵을 낳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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