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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단 하나의 가치로 움직이지 않는다 [윤희종의 스윗스팟]


입력 2025.01.08 07:00 수정 2025.01.08 07:00        데스크 (desk@dailian.co.kr)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모 회원제 골프장의 정회원이 되려면 반드시 남성이어야 한다는 골프클럽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정을 권고했으나 골프클럽이 거부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유감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26일 여성 정회원 가입을 제한한 골프클럽 대표 A씨에게 시정을 권고했으나, A씨는 신규 여성 정회원 입회를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회신했다. 인권위는 A씨가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B씨는 아내를 위해 이 골프클럽 회원권을 구매하려 했으나, 골프클럽은 “정회원 입회는 남성으로 한정한다”며 거절했다. 이 골프클럽은 1980년대 개장했고, 회원 수는 총 1910명이다. 1980년대 두 차례 회원을 모집했고, 당시 여성 정회원은 12명이었다. 1990년대부터 기존 정회원이 사망하면 상속의 방법으로 입회를 허용해 현재 여성 정회원은 총 48명이다.


골프클럽 측은 여성용 로커(보관함)가 부족하고, 현 정회원 중 70대 이상이 42%(795명)로 향후 상속을 통한 여성 정회원 입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설물 내에 여성용 로커를 추가 설치하기 어렵고, 시설 확충은 부지 확보나 재건축이 이루어져야 가능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골프클럽에 설치된 로커는 남성용 428개(85%), 여성용 75개(15%)다. 골프클럽을 찾는 여성이 늘자 가변 벽을 설치해 남성용 로커 38개는 주 1~2회 정도 여성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용객은 남성 85%, 여성 15% 정도다.


특히 지난해부터 골프장 여자 회원권이 남성에 비해 더 비싸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골프장이 젠더갈등을 일으키는 원흉인 것처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고자 한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서울한양CC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서울CC는 일제 강점기(1927년)에 문을 열었다. 1972년에는 해당 부지를 어린이대공원에 징발당해 경기도 고양의 한양CC와 합쳤다.


20세기 중후반까지 서울한양CC에는 여성 회원권 자체가 없었다. 그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골프는 남자들이 했고 여성은 골프보다는 가정에 더 충실해야 했다.


그러다 회원이 사망하면서 부인이나 딸이 상속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논란 끝에 여성 회원권을 만들어주기 시작했는데 여성 라커룸이 부족해 그 수를 제한했다. 여성 회원권은 귀하고, 물건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이후에는 남녀 가격차가 문제가 됐다. 남녀 구분 없이 회원권을 사고팔면 가격 차이는 없어진다. 그래서 서울한양CC는 회원권 통합을 시도했지만 앞서 언급했듯 여성 회원권 소지자들이 반대해 무산됐다.


법조계에서는 “양쪽 회원권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골프장이 회원권을 통합하면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이 유지될 거라는 여성 회원권 보유자의 기대를 깨게 되고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남녀 차별 문제로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 게티이미지뱅크

남녀 회원권을 구분하는 다른 골프장들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


1966년 문을 연 뉴코리아CC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서삼릉 인근이다. 골프장 건설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문화유산 지정 후 시설물 증·개축이 안 된다. 여성 골퍼가 증가했지만 여성라커룸을 늘리기 어렵다.


1971년 개장한 동래 베네스트는 그린벨트 안에 있다. 법이 까다로워지면서 골프장 증·개축이 불가능하다. 남서울CC도 1971년 개장했다. 당시 여성 골퍼 자체가 희귀하고 강북의 서울 도심과 멀어 여성 회원권 분양이 안 됐는데 처음 성비가 굳어졌다고 한다. 이곳 역시 남녀 통합을 여성 회원들이 더 강하게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비교적 오래지 않은 1995년 개장한 김포 씨사이드 골프장 같은 경우 남녀 회원권을 구분한 건 여성 회원권에 더 혜택을 주기 위해서였다. 과거 골프장이 꽉 차지 않아 여성 고객을 끌어들이려고 메리트를 줬다. 부녀회를 만들고, 월요일을 여성의 날로 하며 할인도 해주고 부킹도 잘 해줬다. 지금은 남녀 회원권의 혜택 차이를 없앴지만, 남녀 회원권 통합은 사실 쉽지 않다. 여성에게 남성 회원권 구매를 허가했더니 싼 남성 회원권을 사서 비싼 여성 회원권으로 파는 부작용도 생겼다,.


남녀 회원권 가격 차이는 이번이 처음 이슈가 된 게 아니다. 1990년대 후반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등에서 문제 삼아 조사했지만 이런 사정들을 검토한 후 성차별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그나마도 남녀 회원권 가격에 차등이 있는 곳은 10여개 골프장에 불과하다.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 게티이미지뱅크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절대적 평등을 이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대적인 상황이 달랐기 때문에 현재의 시각으로 봤을 때 불평등해 보일지 몰라도 자세한 내막을 살펴보면 불평등이라고 볼 수 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지금 인권위는 여성 정회원 입회 제한은 성별을 이유로 평등권을 침해하는 있다고 하는데 이 내용을 여자대학교에 대입해보면 상황이 다르지 않다. 과거에는 상대적으로 교육의 기회가 적었던 여성을 위해 여대가 생겼지만, 여성에게 공부할 기회가 충분히 열려 있는 요즘 여대는 존재할 명분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약학대학, 의과대학, 법학전문대학원 등은 특정 면허나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게다가 이러한 면허나 자격은 고소득 전문직에 해당한다. 정원이 전국적으로 제한되어 있는데도 여성만 선발해서 남학생의 진입 기회를 일정 비율만큼 박탈하고 있다. 가장 심한 곳은 약학대학으로 총 정원 1,750명 중 무려 18%인 320명이 여대에 할당되어 있다. 특히 서울 소재 약대 8개 중 절반인 4개가 여대이며, 정원으로는 절반이 넘는 56%를 차지한다. 때문에 서울에 있는 약대에 가기는 남학생이 훨씬 더 어렵다.


법학전문대학원은 총 정원 2000명 중 이화여대의 정원 100명으로 5%를 차지하는데 5%이긴 하지만 그만큼 기회가 줄어드는 남학생 입장에서는 실로 부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으나 이화여대 측에서는 여전히 여성만 로스쿨생으로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공무원 선발에 있어서 특정 성별이 최소한 일정 비율은 선발되도록 하는 것과 대비되는데, 공무원 선발은 어떤 성별도 최대 70%를 넘지 못하는 대신 마찬가지로 최소 30%를 보장해주는 것이지만, 이화여대의 입장은 무조건 여성에게만 최소한 5%를 보장받도록 해 주겠다는 것이다. 남성 전용 로스쿨이 있지 않는 현실에서 두 성별 모두에게 공평하게 최소한도의 비율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만 5%의 정원을 보장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다. 사관학교, 경찰대학교도 남녀공학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한번 헌법소원심판(2009헌마514)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판결을 요약하면 여대의 남학생 로스쿨 입학제한은 남성의 직업 선택의 자유 문제와 대학의 자율성의 문제가 부딪히는 것인데, 남성 입장에서는 충분히 타 대학 로스쿨 지원을 통해 직업 선택의 자유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이 크게 침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한 것이다.


이 문제는 골프장 여성 회원권 가격 차등 문제랑 비교도 할 수 없이 중대한 사안이지만 법원에서도 대학의 자율성을 인정해준 것이다. 골프장도 마찬가지인 것이며 불가피하게 남녀차등을 두고 있는 10여 개 남짓한 골프장이 아니더라도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하게 선택할 수 있는 골프장은 무수히 많다.


지금 우리 사회는 남녀갈등, 세대갈등,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갈등, 노사갈등 그야말로 극한 갈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시대에 불난 집에 부채질 하듯 갈등을 조장하는 언론이나 여론을 주도하는 단체들은 최소한 사실관계는 제대로 파악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코 세상은 단 하나의 가치로 움직이지 않는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글 /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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