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판매량 1억장 돌파’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뜨겁게 타오르던 케이팝(K-POP) 열풍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음반 판매량은 9년 만에 역성장했고, 해외 수출액도 부진했다. 일각에선 최근 몇 년 간 이어진 ‘음반 인플레이션’의 거품이 빠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음반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2024년 1~50주차(1월 1일~12월 14일) 앨범 판매량 400위의 수치를 집계한 결과 한 해 동안 판매된 앨범은 총 9267만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5% 감소했다. 2014년부터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던 앨범 판매량은 2023년 1억만장을 돌파했으나, 9년 만에 추이가 꺾인 셈이다.
단일 앨범 기준, 100만장 이상 판매고를 올린 밀리언 셀러는 총 21장으로, 전년도인 34장과 비교해 13장 줄었다. 2023년에는 500만장 이상 판매된 앨범이 2장, 400만장 1장이었으나 2024년은 3000만장대가 최고치다. 누적 앨범 100만장을 기록한 가수 역시 24팀으로 전년보다 2팀이 감소했다. 특히 ‘여름 컴백 대전’이라 불리는 5~8월 음반 판매량도 전년 대비 30%가량 줄어 케이팝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음반 수출액으로 인한 타격도 크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음반 수출액은 1억3032만1000달러(1927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0%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 음반 수출액이 역성장한 것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앨범 판매량이 떨어지면서 엔터사들의 실적도 부진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하이브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2.1% 떨어졌고, SM과 JYP 또한 각각 48.6%, 30.6% 하락했으며, YG는 적자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케이팝 음반 판매 역성장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 관계자는 “공연 시장 활성화와 팬미팅 등이 재개되면서 팬들의 소비 지출이 분산된 면이 있고, 글로벌 경기 침체와 팬덤 내 경쟁 심화 등의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하이브와 어도어의 갈등을 비롯한 템퍼링 이슈 등이 케이팝 앨범 판매량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앨범이 무산되는 식으로 앨범을 활발히 내고 활동할 가수가 활동하지 못하는 식으로 영향을 미칠 순 있지만, 당장의 판매량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곤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런 면에서 올해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고 입을 모은다. 완전체 활동을 멈춘 지금까지도 해외에서 여전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올해 전원 소집 해제를 앞두고 있고, 멤버들이 회사를 떠나 개별 활동에 나섰던 블랙핑크도 완전체로 컴백하고 월드투어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블랙핑크는 개별 활동 직전 월드투어로만 3000억원의 티켓 수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언제까지 방탄소년단, 블랙핑크에만 기댈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미 블랙핑크는 개별적으로는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이 만료된 후 개별 활동을 해오던 터라 이번 완전체 활동 이후 또 다시 개인 활동에 당분간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고, 방탄소년단 역시 멤버들의 소집 해제 이후인 오는 6월 곧바로 완전체 활동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또 이들이 활동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완전한 대안’이 될 순 없다는 입장이다. 한 케이팝 업계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이 군대에 입대하기 전부터 방탄소년단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2년여가 지난 현재, 그 대안이 다시 방탄소년단이라는 것은 놀라우면서 씁쓸하다”면서 “물론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 등 후배 그룹 들이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더 분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