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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힘주는 증권사…머니무브 속 물밑경쟁 '치열'


입력 2025.01.08 15:40 수정 2025.01.08 16:47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500조 급성장 전망에 새먹거리 등극

관련 서비스 도입 및 조직 확대·신설

고객 유치로 경쟁력·점유율 확보 사활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 제2금융권인 증권사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증권사로 자금이 집중되자 고객 유치를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시작된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에 힘입어 고객 유치에 본격 돌입했다. 올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5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등 퇴직연금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자 점유율 경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투자자가 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월 매수하는 ‘ETF 적립식 자동 투자 서비스’를 도입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해당 서비스는 모든 금융권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를 살 수 있지만 증권사와 달리 은행·보험 등은 매수 예약 방식으로 다음 영업일의 주가로 체결된다는 점을 노렸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퇴직연금 계좌에 적용했으나 미래에셋증권도 오는 5월 ETF 적립식 자동 투자 서비스를 활용할 방침이다. 현대차증권과 삼성증권도 해당 서비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 곳이 ETF 적립식 자동 투자 서비스를 일제히 적용할 경우 국내 퇴직연금 빅4 증권사 모두 이를 도입하는 셈이다.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통한 퇴직연금 리스크 관리에도 집중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연초부터 토스뱅크와 제휴해 목표 수익률과 투자 기간 등에 맞춰 ETF 포트폴리오를 자문하는 '연금굴링' 서비스를 토스 앱에서 제공하고 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도 올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연말 인사에서 '퇴직연금'이 키워드로 떠오르며 관련 조직을 확대 및 신설하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개인고객그룹 산하 퇴직연금본부 단일 조직에서 3개 본부(퇴직연금1·2본부, 퇴직연금운영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연금1·2부문을 연금혁신부문, 연금RM1·2·3부문 등 4개 파트로 늘렸다. 삼성증권은 연금본부를 채널솔루션부문에서 디지털부문으로 이관, 디지털부문의 명칭도 디지털&연금부문으로 변경했다. 현대차증권은 리테일본부 산하에 연금사업실을 신설했다.


아직 퇴직연금을 운용하지 않고 있는 키움증권 역시 퇴직연금 시장에 뛰어들었다. 회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운영한 퇴직연금준비 태스크포스(TF)를 연금사업팀으로 지난 1일 승격, 올해 하반기부터 퇴직연금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픽사베이

증권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는 지난해 시행된 퇴직연금 현물이전 제도가 영향을 미쳤다. 퇴직연금 현물이전은 운용 중인 금융사의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옮길 때 기존 상품(포트폴리오) 그대로 옮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금융상품을 해지하지 않고 사업자인 금융사만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다른 금융사로 계좌를 옮길 때 운용 중인 투자상품을 손실 여부와 상관없이 전부 매도하고 현금화하거나 만기일까지 기다린 뒤 이전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금융사마다 취급하는 투자상품이 다르기에 현금만 옮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퇴직연금 현물이전이 시행되면서 퇴직연금 계좌 이동이 쉬워졌을 뿐 아니라 소비자 선택권도 한층 넓어지게 됐다. 이에 투자자들의 수요가 은행에서 증권사로 향하는 '머니무브(자금이동)' 현상이 짙어지자 증권사들이 신규 고객 유치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이 지속지면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이 떨어지자 미래 먹거리인 퇴직연금에 힘을 주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올해가 퇴직연금 자금을 유치하는 경쟁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데 힘쓰고 있던 중 퇴직연금 시장의 빠른 성장세가 포착돼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안정적인 노후 대비를 위해 퇴직연금을 찾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시장의 니즈를 충족해 경쟁력을 쌓는 것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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