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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자리’ 사라졌는데…‘인맥’ 자랑으로 ‘예능인’ 역할 보여줄까 [D:방송 뷰]


입력 2025.01.10 11:12 수정 2025.01.10 11:12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그래도 코미디언 한 명은 줄 수 있지 않나? 가수들만 챙기는 연예대상”


지난달 열린 2024 KBS 연예대상에서 ‘싱크로유’의 에스파 카리나와 ‘더 시즌즈’의 가수 지코, ‘신상출시 편스토랑’의 배우 이상우, ‘살림하는 남자들’의 가수 박서진 등 가수, 배우가 신인상을 휩쓸자, 변기수가 SNS를 통해 한탄하며 관련 사진을 캡처해 게재했다.


웹예능 '조동아리'에 게스트로 출연한 이경규ⓒ유튜브 영상 캡처

이날 시상식에서는 영예의 대상까지 ‘불후의 명곡’, ‘신상출시 편스토랑’ 등에서 활약 중인 트로트 가수 이찬원이 차지하며 ‘예능인’ 보다는 ‘가수’가 더 돋보인 시상식이 됐다.


예능프로그램에 예능인 외에, 타 분야의 스타들이 활약한 것이 2024년 만의 흐름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23년 MBC 연예대상에서 ‘나 혼자 산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리즈의 기안84가 대상을 수상하며 비연예인 최초로 MBC 연예대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웃음’이 목표인 버라이어티가 비인기 장르가 되면서 배우 또는 가수, 일반인들의 예능 진출이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다. 코미디언 이경규는 최근 김용만, 지석진, 김수용이 진행하는 웹예능 ‘조동아리’에 출연해 코미디언, 개그맨이라는 직업 자체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며 “운동선수, 아나운서는 우리의 적”이라고 농담했다. 타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가 만든 예능 프로그램에 올라탔다며 그러면 10% 정도는 떼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며 현 상황을 유쾌하게 짚었다.


그의 말처럼 배우들은 해외여행을 통해 편안한 재미를 선사하는 여행 예능의 단골이 됐으며, 상담 예능을 비롯해 연애 예능, 서바이벌 예능에서도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생동감 넘치게 담아내는 것이 ‘대세’가 됐다. 이러한 장르들이 안방극장은 물론, OTT에서도 ‘통하는’ 장르로 여겨지면서 전처럼 국민 MC 또는 프로그램의 재미를 배가하는 예능인 패널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경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예능인들 또한 손을 놓고 한탄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능인 현실을 언급한 이경규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MBC ‘라디오스타’ 등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해 활약했으며, 유튜브 플랫폼에서 ‘르크크 이경규’ 채널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송은이, 박명수, 박미선 등 이미 몇 년째 유튜브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예능인은 물론, 유재석, 신동엽, 장도연 등 톱 MC들도 유튜브 플랫폼에서 토크 콘텐츠를 진행 중이다. 박나래, 임하룡도 최근 유튜브에 진출했으며, ‘조동아리’의 지석진과 김용만은 현재 각자의 채널을 병행하며 여러 루트로 유튜브 시청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앞서 신기루, 이창호, 곽범, 엄지윤, 조진세, 김원훈 등 신인 코미디언 또는 TV 플랫폼에서 한동안 주목받지 못하던 기성 코미디언들이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며 한때 유튜브가 예능인의 새 설 자리로 꼽힌 일도 없지 않다.


다만 유재석, 신동엽은 물론, ‘조동아리’와 임하룡 등 대다수가 자신들의 인맥을 활용한 ‘친목 토크’에 치중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끌어내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만족감을 선사하거나, 혹은 ‘새 조합’으로 조금 다른 재미를 끌어내는 토크 콘텐츠도 물론 없지는 않겠지만, 인맥을 활용해 가벼운 ‘수다’만으로 자신들의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 길게 봤을 때 ‘긍정적’이라곤 말하기 힘들 것이다.


친한 연예인들을 불러 옛이야기를 하며 웃음을 유발하는 흐름이 당장의 조회수는 얻을 수 있을지 모르나, ‘설 자리’를 잃은 예능인들의 역할을 보여주기엔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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