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장 사직으로…경찰, 2차 체포영장 집행 저지 전략 수정 불가피
경찰 내부서 "대어가 잡힌 줄 알았더니 죽은 물고기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의 사직서가 10일 수리됐다. 이날 경찰에 출석한 박 처장은 조사 도중 전직 경찰관이 됐다.
전격적인 출석부터 조사 도중 사직 사실 공개까지, 경찰청 차장 출신인 박 전 처장이 경찰의 허를 찔렀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박 전 처장의 이날 출석은 3번째 요구 끝에 이뤄졌다. 애초 경찰은 이번 출석 요구도 불응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체포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를 검토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박 전 처장이 예정된 소환 시간에 국가수사본부 청사에 모습을 드러내자, 마치 실제 출석할 것을 예상치 못했다는 듯 경찰 내부에선 분주한 모습이 목격됐다.
박 전 처장이 몰려든 취재진을 상대로 "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은 수사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는 등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반대 논리를 설파하면서 경찰로선 국수본 청사를 '여론전' 장소로 내준 모양새가 됐다.
그의 발언은 TV로도 생중계됐다. 이미 지난 5일 대국민담화로 윤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마지막 호위무사'로 떠오른 상황에서 박 전 처장에 대한 신병 확보가 이뤄질 경우 보수집회 참가자들의 반발과 결집이 한층 강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찰의 2차 체포영장 집행 저지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경찰은 경호처 수뇌부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먼저 공략하며 관저 경호막을 와해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1차 체포 저지 지휘봉을 잡은 박 전 처장을 시작으로 한 수뇌부 신병확보 방안이 거론됐다.
하지만 그의 사직서가 수리되며 이런 경찰의 계획은 힘이 빠지게 됐다. 현재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등 경호처의 고위급 지휘관들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상태다.
모두 경호처 내부 출신인 이들은 경찰 출신인 박 전 처장 대신 2차 체포 저지 작전을 책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내부에서는 "대어가 잡힌 줄 알았더니 죽은 물고기였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