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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옛 책사 배넌 “머스크, 백악관서 쫓아내겠다”…내홍 심화


입력 2025.01.13 16:54 수정 2025.01.13 16:54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스티브 배넌(왼쪽)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 로이터/연합뉴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새로운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백악관에서 쫓아내겠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 당선에 공을 세우고 영향력이 커진 새로운 실세 머스크와 전통적 트럼프 지지자 사이에 내홍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배넌은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와의 인터뷰에서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머스크를 맹비난했다. 그는 “H-1B 비자는 기술 권력자들이 이민 시스템 전체를 조작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머스크가 (트럼프 캠프에) 돈을 썼으니 참았는데 이제 더는 참을 생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넌은 이어 트럼프 당선인 취임일인 20일까지 머스크를 쫓아내겠다며 “그는 여느 사람처럼 백악관에 아무 때나 접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머스크의 유일한 목표가 ‘조만장자’가 되는 것이라며 “그는 자신의 회사 중 하나라도 보호받거나, 더 나은 거래를 하거나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넌은 또 “머스크는 기술 봉건주의를 지지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 그의 성숙도는 어린애 수준”이라며 “머스크는 (출생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 리는 왜 전 세계에서 가장 인종차별적인 이들인 백인 남아공인들이 미국 일에 이러쿵저러쿵하게 놔두고 있나”라고도 덧붙였다.


배넌은 극우 뉴스사이트 브라이트바트 뉴스 회장으로 있으면서 2016년 트럼프 당선인의 첫 당선에 이바지했으며, 트럼프 진영 이데올로그(이론적 지도자)로 꼽혔던 인물이다. 2017년 1월 트럼프 1기 출범 뒤 수석전략가로 백악관에 들어갔지만 다른 참모진이나 트럼프 당선인과 갈등하던 끝에 2017년 9월 해임당했다. 하지만 이후 우파 사이에 큰 영향력이 있는 브라이트바트 뉴스로 복귀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운동의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당내 분열을 촉발한 전문직 비자 논쟁은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인공지능(AI) 수석 정책고문에 인도계 정보기술(IT) 전문가 스리람 크리슈난을 내정한 뒤 불거졌다. 크리슈난이 과거 “기술직 이민자들에 대한 영주권 상한선을 없애는 것은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자 H-1B 비자 철폐를 요구해온 극우 인사들 사이에서 “미국 시민에게서 일자리를 빼앗는 일”(스티브 배넌) 등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이에 머스크는 이들을 겨냥해 “경멸스러운 바보들은 공화당에서 축출돼야 한다”며 “전쟁”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남아공 태생인 머스크는 1989년 캐나다로 이민을 갔다가 1992년 펜실베이니아대로 편입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과거 H-1B 비자를 보유하기도 한 그는 전문직 외국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H-1B 비자를 옹호해왔다.


이번 논쟁의 이면에는 ‘마가’로 대표되는 전통적 트럼프 지지자들과 머스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실세 그룹 간 갈등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밀착해 외교와 안보, 통상 등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자 전통적 트럼프 지지자들에는 불안과 소외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일단 지난달 말 “나는 늘 H-1B 비자를 좋아한다고 지지했다”며 머스크 손을 들어준 상태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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