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은 ‘종합예술’로 불리는 만큼,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진 창작자들이 모여 작품의 완성도를 극대화한다. 즉 창작 과정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한 과정인데,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추면서 완벽한 ‘합’(合)을 자랑하는 이들을 흔히 ‘스타 콤비’로 일컫기도 한다.
국내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콤비로는 감성적인 음악과 탄탄한 스토리의 조화로 유명한 작곡가 윌 애런슨과 작가 박천휴가 꼽힌다. 2008년 뉴욕대 재학 중 친구가 된 이들은 ‘번지점프를 하다’(2012)를 시작으로 ‘어쩌면 해피엔딩’(2016) ‘일 테노레’(2023) ‘고스트 베이커리’(2024)까지 호평 속에 합작하며 ‘윌휴콤비’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한국에서 창작된 뮤지컬 최초로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했다.
또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2013) ‘레드북’(2017) ‘쇼맨: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2022) 등 창작 뮤지컬계 흥행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작가 한정석과 작곡가 이선영 그리고 연출가 박소영은 ‘한이박 트리오’로, ‘프랑켄슈타인’(2014) ‘벤허’(2017) ‘영웅본색’(2019) ‘베르사유의 장미’(2024) 등 대극장 창작 뮤지컬을 선보여온 왕용범 연출, 이성준 작곡가는 ‘황금콤비’로 불린다.
해외에서도 이미 뮤지컬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탄생시킨 전설적인 콤비들이 자리 잡고 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에비타’ ‘요셉 어메이징’을 만든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 ‘지킬 앤 하이드’ ‘시라노’로 호흡을 맞춘 프랭크 와일드혼과 레슬리 브리커스 등이 대표적이다.
뮤지컬 창작에서 파트너십은 마치 하나의 퍼즐을 맞추는 과정과 같다. 작곡가, 작사가, 극작가, 연출가 등 창작진 간의 파트너십은 이 과정을 원활하게 이끌어 가도록한다. 또 성공적인 파트너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상, 상호 보완, 효율적인 작업, 작품의 일관성 유지 등의 효과로도 이어진다.
윌 애런슨은 한 인터뷰에서 “취향이 비슷한 친구로서 어울리다가 자연스럽게 창작 파트너가 됐다. 소설,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야기의 영감을 받는다. 덕분에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예술적 영향이 크다. 작업 과정에서도 서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토론과 조율을 통해 최선을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엔 예비 창작자를 모집하는 방식에도 ‘파트너십’이 강조되는 모양새다. 공연기획사 컴퍼니 봄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비예술인 최초발표지원사업 일환으로 예비예술인의 창작 뮤지컬 인큐베이팅 프로젝트 ‘차세대 뮤지컬 페스티벌 –비욘드 대학로’를 진행하면서 ‘파트너제도’를 도입했다.
예비예술인 육성사업 최초로 작가, 작곡가, 연출가 3인 1팀 체제로 운영하면서 창작 기간을 9개월로 다른 사업보다 긴 멘토링 기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연출가 박소영, 작가 한정석·한재은, 극작가 겸 음악감독 정준, 작곡가 한정림·민활란·신경미, 극작가 겸 연출가 장우성 등 한국 창작뮤지컬 대표 창작진이 멘토로 참여한다. 컴퍼니 봄의 송경옥 대표는 “뮤지컬 예비예술인이 기존 창작 뮤지컬 인큐베이팅 사업의 문제점을 최대한 개선한 환경에서 우수한 뮤지컬 작품을 창작하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한 뮤지컬 관계자는 “창작 콤비의 파트너십은 작품의 완성도와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며, 작품의 기획 단계부터 제작, 마케팅, 해외 진출까지 전 과정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뮤지컬은 종합예술인 만큼 각자의 개성을 가진 창작진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존중을 바탕으로 소통을 이어간다면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도 더 다양하고 혁신적인 창작 콤비들의 등장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