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당국이 추적하던 친(親)러시아 무장조직 수장이 모스크바 아파트 폭발 사건으로 사망했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3일 오전 9시 40분(현지시간)쯤 수도 모스크바 북서쪽에 있는 고급 아파트 단지 알리예 파루사 내 1층 로비에서 폭발 장치가 터져 무장조직 아르바트 지도자 아르멘 사르키샨(46)과 그의 경호원이 숨지고 건물 경비원 등 3명이 다쳤다. 사르키시안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다가 숨졌다.
사르키샨은 러시아를 돕는 민간 의용대 중 하나인 아르바트를 창설한 인물이다. 아르메니아 태생인 그는 어릴 때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고를롭카(우크라이나명 호를리우카)로 이주했으며 2022년 아르메니아 민족 위주로 친러시아 준군사조직을 창설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축출된 친러시아 성향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앞서 지난해 12월 불법 무장단체를 조직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의 군사활동을 지원한 혐의로 사르키샨을 공식 수배한 바 있다. SBU는 그가 범죄자들로 구성된 조직을 만들고 러시아의 최전선 부대를 위한 물자 조달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폭발물은 사르키샨이 경호원들과 함께 건물 로비에 들어선 순간 터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매체 RBC는 “폭발물이 사전 준비된 것이 분명하며 원격 조작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수사 당국도 이번 사건을 ‘계획 암살’로 규정하고 배후 세력을 추적하고 있다.
폭발이 발생한 아파트 단지는 크렘린궁과 불과 12㎞쯤 떨어져 있다. 러시아의 TV 진행자, 유명 변호사, 가수 등도 거주하는 고급 단지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곳엔 주재원과 외교관 등 한국인들도 다수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러시아 주요 인사가 폭발 사고로 사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러시아군에서 화생방(방사능·생물학·화학) 무기를 총괄한 이고르 키릴로프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전 방어사령관과 그의 보조관 2명이 모스크바 대로변에서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AFP통신은 SBU의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키릴로프의 제거는 SBU의 특수작전"이라고 전했다.
같은 달에는 러시아 점령지 포로수용소 소장인 세르게이 옙시우코프가 차량 폭발로 숨졌다. 그는 우크라이나 포로들을 대상으로 고문과 학대를 일삼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