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26일 4조6000억원 규모 손실 홍콩H지수 ELS 사태 후속조치 발표
거점 점포 및 전담 판매직원 도입…제도 및 판매 관행 개선
김소영 "5대 은행점포 가운데 5~10% 수준이 거점점포 될 것으로 예상"
"소비자들이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인식하게 할 것…금융권 자정노력 중요"
금융당국은 26일 4조6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불러온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한 재발 방지책을 발표했다.
ELS는 개별 주식의 주가나 코스피200 등의 주가지수가 일정 범위에 머무를 경우, 계약 만기 시 약정된 수익률에 따라 수익을 제공하는 파생상품이다. 다만 수치가 조건을 벗어나 만기를 맞으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위험상품'으로 분류된다.
금융당국은 상품 자체가 갖는 복잡성과 은행권의 무리한 영업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대규모 손실을 일으켰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소비자 이해 어려운 상품 구조
은행 판매 과정에서 문제 발생"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ELS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에 따른 후속조치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종합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상품 자체 구조에 대한 이해와 은행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수익률 구조 ▲은행권의 밀어내기식 영업형태를 대규모 손실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ELS가 높은 확률로 정기예금보다 이자를 더 주지만, 유의미한 확률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상품 가입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 판매 과정에서 복잡한 금융투자상품을 예·적금과 같은 원금보장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구조였다"며 "경영진은 단기 경영성과 달성을 위해 고수익 금융상품 등의 판매를 전사적으로 독려하고, 영업점은 이를 무리하게 판매하는 등 밀어내기식 영업행태가 만연해 있었다"고 말했다.
거점 점포·전담 판매직원 도입
제도 및 판매 관행 개선책 마련
금융당국은 간담회, 업계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기 위한 소비자 보호 방안을 마련했다"며 ▲거점 점포·전담 판매직원 도입 ▲제도 및 판매 관행 개선책을 언급했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은 충분한 소비자 보호장치를 갖춘 거점 점포를 통해서만 ELS와 같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며 "은행은 거점 점포 내에 물리적으로 분리된 별도의 판매공간에서 자격요건과 일정 기간 이상의 판매 경력을 가진 전담 판매직원을 통해서만 ELS를 판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ELS 외 고난도 금융투자상품도 일반 여수신 이용창구와 분리된 별도 창구에서 판매가 이뤄질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은 "5대 은행점포 수가 작년 말 기준으로 3900개 내외"라며 "그중에서 5~10% 수준이 거점점포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물적 요건이 상당히 까다롭다"며 "벽으로 분리돼 있고 출입문도 다른, 이런 것을 원칙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완전히 다른 공간'이라는 걸 확실히 인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영업 관행이나 문화, 많이 바꿔야"
김 부위원장은 제도 및 판매 개선책과 관련해선 "금융회사가 이윤보다 소비자 보호 및 이익을 우선하도록 금융소비자 보호 원칙을 마련하고, 금융회사는 동 원칙을 내부통제 기준에 충실히 반영해 엄격히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투자자 정보 확인 및 성향 분석 시 6개 필수 확인 정보를 모두 고려하도록 하는 등 '정합성·적정성 원칙'을 내실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적합성·적정성 평가운영 실태에 대한 정기적 점검을 통해 모범사례 및 개선 필요사항 등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위원장은 "금융권 불완전판매 발생 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 지배구조법 등에 따라 엄격히 제재해 불완전판매 유인을 차단하겠다"고도 했다.
특히 금소법 개정과 관련해선 "과징금 수준도 높일 계획"이라며 "개정안 마련은 올해 9월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부위원장은 금융권의 자정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판매 채널만 가지고는 안 되고 영업 관행이나 문화, 이런 부분을 많이 바꿔야 된다"며 "최소한 은행이 단기적 이익에만 급급하지 않고, 부족한 사람에게는 판매하지 않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